[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지금으로부터 135년 전인 1883년. 서울 정동에 서양 최초로 외국 공관인 미국공사관이 들어왔다.
조선주재 초대 미 특명전권공사로 부임한 푸트가 민계호-민영교 소유의 사저를 2200달러에 구입했다. 조선에서 서양인에게 매각된 최초의 부동산이자 미국의 첫 외교공관이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미국 전나무를 조선 최고의 목수들이 깎고 다듬어 한옥 한채를 지었다.
이후 영국, 독일, 러시아 등의 공관이 들어섰고 정동 일대가 서양의 외교가로 변모했다. '아관파천'의 현장인 옛 러시아공사관터(당시 고종은 하비브하우스의 정원 뒷길을 이용해 러시아공사관으로 몸을 피했다), '을사늑약'이 강요로 체결된 경운궁 중명전, 한국성공회의 상징 성공회서울성당,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등사한 정동제일교회 등 기념비적인 근대문화유산이 모여있다.
현재 주한미국대사관저는 '하비브하우스'라고 불린다. 미국 국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옥을 고집한 필립 하비브 대사를 기리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6년 전통 한옥 기와집으로 개축한 하비브하우스는 전 세계 미국 대사관저 중 유일하게 주재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랐다. 아랍어로 하비브(habib)는 '사랑하는'이란 뜻이다.
내부는 한옥과 서양식을 결합했는데, 미국 오리건주에서 공수해온 더글라스 전나무로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웠다. 솟을 대문과 격자창, 문고리 등은 한국 최고의 장인들이 만들었다.
중앙 접견실 벽난로에는 한자 편안할 '녕'이 새겨져 있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부인 프란체스카를 위해 쓴 친필글자와 김구 선생의 '한미친선평등호조'도 눈에 띈다. ㅁ자 구조의 한옥 관저 안뜰에는 포석정을 재현한 연못도 있다.
아이젠하워, 카터, 아버지 부시 등 방한한 미국 대통령들이 이곳에 묵었고, 지난해 방한한 멜라니아 여사도 '걸스플레이2!' 캠페인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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