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토기획] 다산신도시의 '갑질'과 '안전'사이…풀리지 않는 '택배 갈등'

10일 밤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이 금지된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기사들이 주차장에 내려놓은 배송품 가운데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물건을 다시 차량에 싣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 | 남양주=남윤호·남용희 기자] 다산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통행로 진입을 금지하며 때아닌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 안전을 위해 지상 통행로의 차량 운행을 금지한 아파트와 배송 시간 지연 등을 이유로 주차장에 배송품을 하차하는 배송 업체 간의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택배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배송 업체는 식음료와 부피가 작은 배송품을 제외한 물건은 직접 찾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10일 밤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이 금지된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물건을 다시 택배 트럭에 싣고 돌아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택배 기사가 식료품 등을 손수레에 담아 배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차장에 하역한 배송품들. 입주민들이 나와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지상 통행로에 주차됐던 택배 차량이 후진하면서 보행하던 어린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이다. 이를 이유로 아파드 단지 측은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했다. 지상 주차장과 차로가 사라진 최근 아파트 설계의 영향도 있었다.

2시간 걸릴 일이 5시간으로...

이 같은 조치에 배송품을 받는 입주민도 불편하지만 가장 큰 고충을 겪는 건 택배 기사들이다. "전체 아파트들은 전부 다 그러니까 배송기사들이 아파트 4~5개(단지) 하는데 생물(식음료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한 물품)만 갖다주고 밤에 장을 세워서(주차장에 배송품을 하역하는 것) 고객님들에게 찾아가라 한다." 오전에는 식료품과 작은 부피의 배송품을 손수레에 옮겨 싣고 배송을 한 뒤 퇴근 시간 전인 오후 4시께 방문객 주차장에 배송품을 하역하고 물품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배송품 모두가 주인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찾아가지 않은 물품은 다시 택배 차량에 옮겨 싣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손수레를 끌고 아파트 단지로

"밤늦게까지 일하면 좀 어떠냐, 하지만..." 기자가 만난 다른 택배 기사는 말을 아꼈다. 그에게 가장 참기 힘든 건 휴대전화였다. 다산신도시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지상 통행로 진입이 가능하면 2시간이 걸릴 일을 5시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 1건당 800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거기서 나가는 돈이 더 있다. 건당 670원 정도가 맞다." 손수레로 물품을 배송하다 보니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일은 좀 더 하면 되지만 또 다른 고충이 있다는 택배 기사. 배송이 늦어지면 수취인에게 공개된 택배 기사의 전화기에 '갑질'이 담긴다며 할 말을 잃었다.

택배 수취인을 기다리는 기사들


주차장에 배송이 완료됐습니다.


어둠 속 택배 찾기


주인 못 만난 택배... 다시 차량으로

저상차량으로 배송 요청하는 아파트 단지

아파트 측은 지하주차장(제한높이 2.3m)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차로 배송을 해달라고 택배사에 요청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들은 비용을 문제로 배송 차량(차고 2.5~3m)을 바꾸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 저상차로 바꾼다 해도 많은 배송품이 많이 실리지 않는 차량을 집하 업체는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택배 기사들은 입을 모았다.

너무 낮은 2.3m


현재 차량에서 이만큼을 잘라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40년 된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있다. 공동주택의 지하주차장 높이는 주차 바닥면으로부터 2.3m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 배송 차량의 높이가 2.5m에서 3미터 가까이 되는 걸 생각하면 턱없이 낮은 높이다. 1990년을 마지막으로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단 한번의 개정도 없었다. 새 아파트의 주차장을 다시 지을 순 없겠지만 앞으로의 갈등을 피하려면 법의 개정과 서로 간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택배인데 왜 집까지 안 와요? 주차장에서 자택 배송 준비하는 택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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