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토기획-안전<상>] 연이은 대형화재에도 '천대받는 소방시설'

연이은 대형 화재에도 천대 받는 소방시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소화전 앞에 물건 적치 금지라는 문구에도 수액걸이가 놓여 있다. 비상시 신속한 소화전 사용이 불가능해 보인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문병희 기자·김세정 인턴기자] 최근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연이은 대형 화재로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화재로 인한 직접 사망보다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가 더 많았다. 이로 인해 화재 발생 시 안전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으레 화재 발생 이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설인 소방 및 건축방재분야의 규제 강화에 집중한다. 물론 소방방재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화재 이후의 방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화재 발생을 억제하는 사전 예방이 더 근본적이고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다.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화재 시 소방시설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 된 상황이 갖춰졌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더팩트> 취재진은 대학병원, 대형마트, 공연장, 공공시설 등의 소방시설 및 구조 등에 있어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화재 시 건물 내 사람들의 대피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지 살펴봤다. 결과는 '안전 불감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 방화문 앞에 침대가 놓여 있다. 이 방화문은 열 감지시 자동으로 닫히는 문이다. /문병희 기자


방화문은 응급의료센터로 이어지는 통로에 설치 돼 있지만 침대가 막고 있어 화재 시 본래의 기능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문병희 기자


서울의 한 요양병원 소화전 앞에 배식 수레와 침대가 놓여 있어 소화전 사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화재는 예고없이 일어날 수 있다. /문병희 기자

거동이 불편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은 유독가스를 조금만 마시거나 또 다른 원인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병원의 화재 대비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대부분의 병원 화재 대비 시설은 각종 건축법과 소방법의 규제에 따라 잘 설치 돼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것은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응급의료센터로 이어지는 통로에 설치된 방화문을 침대로 막아놓고 있었다. 화재시 응급환자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다른 요양병원은 소화전 앞에 침대나 수액걸이 등을 놓아 도 넘은 안전불감증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 잠실의 한 대형마트. 방화셔터가 내려가는 위치에서 가판을 설치하고 시식코너를 만들었다. /김세정 인턴기자


방화셔터 레일을 막고 있는 진열대. /김세정 인턴기자


방화셔터 레일 앞으로 전선이 지나가고 있어 화재시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김세정 인턴기자


소방법에 따르면 방화셔터 주변에는 물건 등을 놓을 수 없지만 유명무실한 규정이 됐다. /김세정 인턴기자


잠실의 한 대형 타워. 방화셔터가 내려가는 위치에 쓰레기통이 있다. /김세정 인턴기자


방화셔터 주변에 놓여진 가판. /김세정 인턴기자

취재진이 살펴본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경우 불길과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방화셔터 위치에 가판이나 쓰레기통, 전선 등이 있어 위급시 방화셔터 본래 기능을 하기에 어려운 모습이었다. 또 일산의 한 대형 공연장에는 방화셔터 밑에 카펫이 깔려 화재 시 화염이 번질 위험이 확인됐다.

일산의 한 대형 공연장 방화셔터 밑으로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이 구분되지 않고 셔터 앞뒤로 이어져 있어 화염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문병희 기자

소방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53조)에 따르면 이 같이 방화셔터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화재시 옥상은 중요한 대피처지만 대부분의 옥상이 사진처럼 번호자물쇠로 잠겨 있다. /문병희 기자

화재 시 주요 대피소인 옥상으로의 접근도 쉽지 않았다. 화재 시 계단이 굴뚝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어 옥상문은 필히 쉽게 열려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건물 옥상은 번호 자물쇠로 잠겨있거나 관리인만 열 수 있도록 잠겨 있어 비상시 신속한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의자로 막힌 수원의 한 경로당 소화전. 화재시 소화전 사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병희 기자

이밖에 수원의 한 아파트 경로당 소화전은 의자로 막혀 있어 초기 진화가 중요한 화재에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해 보였다.

대형 건물이나 공공장소의 화재는 수많은 인명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특히 강조된다. 하지만 이미 화재가 발생했다면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피 또한 중요한 문제다. 취재진이 둘러본 수많은 건물에서 공통적인 점은 화재시 유독가스가 넘치는 건물에서 누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소방시설만 갖추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관리하고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이중삼중 안전을 고려한 건물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대형 사고 전이나, 사고 후에도 여전히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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