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용민·남윤호 기자] 어린이 공원이 관리 소홀로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집에서 스마트폰만 잡고 있는 아이. 너무 나무랄 것도 없습니다. 서울 도심 속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을까요? 흙에서 뒹굴고 산을 오르내리며 매미, 귀뚜라미, 잠자리를 만나던 시절, 계절을 알려주는 곤충을 채집하며 놀다 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뒷동산 너머로 그 모습을 감추곤 했습니다. 이렇게 마음껏 뛰어놀았던 시절을 요즘 시대 아이들과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자주 모여 '술판'을 벌인다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놀이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최근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출소를 3년 앞둔 성폭행범 조두순 등 아동을 노리는 범죄가 만연한 가운데 놀이터를 갖춘 아파트들의 담벼락은 점점 높아만 갑니다. 놀이터가 없는 개인 주택의 아이들은 이마저도 부럽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지어진 놀이터가 담배 꽁초와 술병, 기괴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욕설과 낯뜨거운 글귀가 아이들의 동심에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의미 없는 빼곡한 낙서들과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나체 그림, 통로에 새겨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그라피티까지 세상에 대한 불만을 놀이터에서 다 토해내는 듯한 느낌이네요.
"더 진한 색으로 칠해야 되겠어."
구청 직원들이 나와 욕과 낙서로 얼룩진 놀이터에 붓을 들었습니다. "이거 칠해봐야 낙서하는 사람한텐 도화지 만들어 주는 거나 다름없어." 누군가 재미로 남긴 나쁜 말 위로 알록달록한 진한 색채의 붓이 발립니다. 다시 깨끗해진 어린이 공원.
그런데 이런 낙서가 다시 생기는 데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모래 위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 너머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낮술을 즐기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흡연을 하면 과태료를 물지만 음주만으론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지자체에선 몰지각한 행동에 대한 단속과 법적 제재, 어린이 공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어디에서 놀 수 있을까요?
leebean@tf.co.kr /ilty012@tf.co.kr
사진기획팀 phot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