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용민 기자]연장 12회 3-3 무승부, KIA는 찜찜했고 두산은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 비디오판독이라는 장치가 도입 됐을 때 판정에 대한 불만들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 뚜껑이 열린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한 무승부를 두고 그 찜찜함과 아쉬움은 더해갑니다. 이날의 경기가 후반부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28일 최근 KBO리그서 가장 핫한 팀 KIA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맞대결입니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5회초 2사 1루서 KIA 김주찬이 두산 선발 유희관의 실투성 체인지업을 통타했고 타구는 좌익수 정진호의 키를 훌쩍 넘어 담장을 향합니다. 이때 펜스 뒤에서 내민 한 꼬마팬의 글러브에 볼이 빨려 들어갔다 튕기며 그라운드로 떨어졌습니다. 1루 주자 김선빈은 그틈을 이용해 재빨리 홈으로 뛰었고 긴가민가 싶던 김주찬은 2루서 멈칫합니다. 이때 두산과 KIA 감독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동시에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상황을 다시 재구성해보겠습니다. 김주찬이 맘 먹고 휘두른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 뻗어갔고 홈런을 직감한 외야펜스쪽 팬들은 볼을 잡으려고 몰려 듭니다. 팬들 사이에 요주의 인물이 돼버린 꼬마팬도 그 사이에 있습니다. 정진호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펜스 플레이를 펼치는 찰라 꼬마팬의 글러브에 볼이 쏙 들어가는군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볼이 다시 글러브를 비집고 나와 그라운드로 떨어져 버린 겁니다. 타구 자체도 컸었고 꼬마팬 글러브의 위치도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비디오판독 결과 홈런이 아닌 2루타로 판정되자 KIA팬들의 야유가 쏟아집니다. 두산 팬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집니다. 취재된 사진과 동영상으로 분석해보면 두산 정진호의 글러브와 팔을 뻗은 꼬마팬의 글러브 위치가 겹치지만 분명한 건 정진호는 포구를 못했고 볼은 펜스 노란선 위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물론 사진과 동영상의 앵글상 시차(방향의 차)가 존재하기에 100%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누리꾼들은 지난번 롯데 손아섭 홈런 오심에 이어 또 다시 비디오판독 오심이 나왔다며 신뢰성 자체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경기 중 일어나는 관중의 방해행위에 관해서 야구규칙 3.16을 살펴보겠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야수가 잡을 수 있는 타구를 관중이 방해했을 때에는 인정아웃이 선언되며, 잡을 수 없는 타구 또는 송구에 대해 방해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볼 데드 뒤 심판원이 방해가 없었더라면 경기가 어떤 상태가 되었을 지를 가상 판단해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들이 간간히 벌어지고 있어 위의 룰에 의해 판정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는 연장 12회말 3-3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김주찬의 타구가 펜스를 넘어 갔다면 연장까지 갈 일이 없었을 테니 KIA로서는 아쉬움을 곱씹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반대로 수비방해로 정진호가 포구를 하지 못했다면 점수를 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에 두산은 이길 수 있었다는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됐건 정진호는 수비방해가 아니어도 못잡았을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김주찬의 타구가 카메라 각도에 따라서 홈런이 아닐 수도 있어 보입니다. KIA쪽은 홈런을 도둑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꼬마팬의 글러브가 아니었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일 입니다. 수비방해를 주장한 두산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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