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병희 기자] 당신의 시야는 안녕하신가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최근 도로에서 마주하는 차량들을 보면 투명한 유리 대신 검은 유리를 많이 보게 됩니다. 간혹 그 정도가 심해 실내가 전혀 보이지 않아 운전자가 탑승했는지조차 구분이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시공하는 자동차 유리 선팅. 이미 우리 일상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새 차를 구매할 때 판매직원이 선팅 시공 후 출고를 해주는 게 관례이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뭐든 '과유불급'이지요. 이런 선팅이 과하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고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아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외부에서 운전자가 안전띠를 맸는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구분하기도 힘들어 단속의 실효성도 거두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팩트> 취재진이 운행되는 자동차의 선팅이 얼마나 진한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동작대교 남단에서 16시부터 17시까지 한 시간 동안 올림픽대로를 통행하는 차량들의 전면 유리를 찍었습니다 (조리개 f/5.6, 셔터스피드 1/1250초, 감도 640 동일 조건). 대부분의 차량이 전면 유리 선팅을 했고 그 중 가시광선 투과율이 낮아 운전자 식별이 어려운 사진들을 골랐습니다.
그냥 검은색 유리만 보일 뿐 운전자 및 동승자 등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자동차의 앞면 창유리와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의 가시광선의 투과율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보다 낮아 교통안전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를 운전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동법 시행령에 그 기준이 나와 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앞면 창유리: 70퍼센트 미만,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 40퍼센트 미만'. 다시 말해 전면 유리는 실내가 보이도록 옅게 선팅을 하라는 것입니다.
앞유리 70퍼센트 미만은 10m 앞에 있는 사람이 운전자의 얼굴 윤곽을 구분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책정된 기준이고 옆유리는 40퍼센트 미만은 4~5m내 접근하면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교통경찰은 "선팅 농도 기준은 최소한의 시야 확보를 위한 것으로, 사고의 위험 요소를 통제하기 위함인데 다른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운전자들이 짙은 선팅을 하고 다니면 교통법규 위반시 단속의 어려움이 있는것은 물론이고 가시 거리가 줄어드는 야간 운전과 우천 시야간 운행시는 '곡예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며 짙은 선팅에 대해 큰 우려감을 나타냈습니다.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 자동차. 반대로 실내에서도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비가 오는 흐린 날이나 야간에는 그야말로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는 것과 다름없어 위험을 안고 주행하는 꼴입니다. 위험천만한 운행, 지금 당신의 차는 어떤가요?
<그래픽= 손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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