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용민 기자]
#1. 상(商)나라 탕(湯) 임금은 네번의 관직 제안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이윤(伊尹)이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마차를 끌고 찾아가 그의 마음을 돌려 세웁니다. 이에 감동한 이윤은 탕을 보좌해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상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 기여를 합니다.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근원이 되는 성어인 오청이윤(五請伊尹)은 여기서 유래의 됩니다.
#2.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 인재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난 앞뒤 가리지 않고 그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할 것이다. 인재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염치를 무릅쓰고 아부하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겠다. 거대한 유럽을 지배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인재를 갈구하며 남긴 글입니다.
#3.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마케팅의 귀재 스티브발머를 만나 의기투합 합니다. 이후 빌게이츠가 오매불망하며 모셔온 인재가 있습니다. 빌게이츠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명망을 얻고 있던 그에게 전용기를 직접 보내는 성의를 보이고 육류를 혐오하는 그를 위해 자기 정원에서 특별 채식 만찬으로 환심을 사려고 노력합니다. 이처럼 지극정성으로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는 그를 본 빌게이츠는 급기야 그가 소속돼 있는 회사를 통째로 인수해 버립니다. 졸지에 사장이 바뀐 그는 한바탕 크게 웃으며 빌게이츠의 오른팔이 됩니다. 그의 이름은 아눕굽타 입니다.
중국의 고사에서 "천군을 얻는 것은 쉬우나 한 명의 장군을 얻는 것은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조직의 발전을 결정하는 인재의 발굴과 등용을 위한 눈물젖은 노력과 구애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유비가 삼국지의 슈퍼스타 제갈량의 캐스팅에 성공한 요인은 '삼고초려'라는 부지런한 발품도 있었지만 "이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실함에 진정성을 담은 마음이 통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위에서 열거된 이들의 절실함이란 누가 좋은 인재를 얻는가 하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생명선과 같다는 얘기에 다름 아닐겁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입에서 시작된 '축구 굴기'
중국은 시 주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월드컵을 위한 중국'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월드컵 우승을 방점으로 2050년까지 FIFA랭킹 1위를 차지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워 대륙 전체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슈퍼리그는 세계적인 명장과 슈퍼스타를 영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유럽 클럽을 직접 인수하며 세계 축구계의 지형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구단 인터밀란의 최대주주인 쑤닝 그룹은 매출 50조가 넘는 기업으로 2015년 슈퍼리그 장쑤를 인수합니다. 쑤닝은 첼시 핵심 미드필더 하미레스, 리버풀서 러브콜을 보냈던 테세이라,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조 등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데 1천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습니다.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는 차이나 머니는 5000천만 유로라는 천문학적 액수로 EPL 명문 리버풀로 향하던 유럽 이적시장 최대어 테세이라의 발걸음 마저 돌려 세웁니다.
FC서울이 지난 21일 급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용수 감독이 중국의 장쑤 쑤닝의 감독으로 부임한다고 전격 발표를 했습니다. 워낙 갑작스런 발표라 어리둥절한 팬들이 많았습니다. 장쑤의 최 감독에 대한 러브콜은 이번뿐만이 아니죠. 이미 지난 해 7월 한 차례 이적 소동이 있었지만 당시 최 감독은 장고 끝에 고사했으나 새로운 주인이 된 쑤닝의 적극적인 구애와 설득에 더 큰 무대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것 같습니다. 최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에 연봉은 약 300만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연봉 35억원선에 각종 수당을 더해 최소 50억원 이상을 보장 받았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 3억원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금액이고 올해 EPL 우승을 이끈 레스터 시티의 라니에리 감독의 25억원 보다 많은 금액이다 보니 배신자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EPL에서도 토트넘의 포체티노, 애스턴 빌라의 팀 셔우드와 같은 수준의 TOP 10 안에 드는 연봉입니다. 이정도 금액이면 보다 더 유능한 명장을 데려 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역설적으로 쑤닝 구단의 최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쑤닝은 2016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위로 조별예선 탈락을 하고 맙니다. 아시아 최강을 꿈꾸며 쏟아부은 돈은 둘째치고 깜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베트남 빈즈엉과도 비기자 팀 수뇌부의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던 모양입니다. 2013년 FC서울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까지 이끌고 올해도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는 최 감독을 지켜보며 쑤닝의 수뇌부는 현재 팀 사정과 미래가치를 계산기로 두들겨 보니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며 세계 축구계의 큰 손이 된 구단 입장에서 보면 속된 말로 지난해 한 번 까였는데 또 다시 구애를 한다는 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그만큼 쑤닝 입장에서는 최 감독이라는 존재가 절실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절실함이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밧줄 하나가 내려온다면 온힘을 다해 그 밧줄을 붙잡고 싶은 마음 아닐까요?
시즌 중에 부임하는 최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크게 느껴지겠지만 중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적인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전하고픈 열망 또한 컷으리라 생각 됩니다. 도전이란 달콤함과 씁쓸함이라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장들도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게 중국 축구판이라죠. K리그서 거침없는 고공비행을 한 '독수리' 최용수 감독, 광활한 대륙으로 날아간 독수리가 텃새로 남을지 정처없이 떠도는 철새가 될 지는 두고 볼 일 입니다만 그의 선전을 바라는 마음은 저뿐만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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