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황태자' 한원석 전무, 4년 만에 지분 늘려…승계 작업 박차?

한영재(사진) 노루그룹 회장의 아들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가 4년 만에 그룹 지주사인 노루홀딩스의 지분을 늘리며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한림 기자, 노루홀딩스 제공

상근이사 맡은 그룹 신사업 '더기반' 적자로 '시기상조' 시각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중견기업 노루그룹 한영재(66) 회장의 장남 한원석(35) 노루홀딩스 전무가 4년 만에 자사 지분을 늘려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9개 계열사에서 비등기이사를 포함한 이사직을 맡고 있는 한원석 전무의 지분 확대가 노루그룹의 뿌리이자 핵심 계열사인 노루페인트의 사내이사에 올해 처음으로 선임된 직후의 행보이기 때문에 황태자로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거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27일 노루그룹에 따르면 한원석 전무는 이번 달 총 5번의 장내 매수를 통해 지주사 지분을 기존보다 0.34% 늘린 3.69%로 확대했다. 이는 한 전무가 지난 2016년 0.19%에 불과했던 노루홀딩스 지분을 단숨에 3.23%까지 늘리며 재계의 주목을 받은 후 4년 만의 일이다. 같은 기간 노루홀딩스 지분 34.60%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영재 회장을 제외하면 한 전무의 지주사 지분이 가장 많다.

이는 그룹 경영 전반에 한원석 전무의 황태자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루홀딩스는 그룹 내 70% 가량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노루페인트의 지분 50.50%를 보유한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8.6% 오른 291억 원을 기록하는 등 노루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한원석 전무가 올해 노루페인트의 사내이사에도 신규 선임됐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원석 전무의 그룹 내 기반을 감안하면 승계 작업 돌입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지배구조와 지분률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지만, 그룹에 입사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았고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 본인이 상근이사로 이끌고 있는 자회사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점 등이 주주와 투자자들로부터 경영 능력에 대한 합격점을 얻어내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로 알려진 노루그룹은 故 한정대 노루그룹 전 회장의 손자이자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의 아들인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가 2016년부터 그룹 신사업 부문인 더기반의 상근이사를 맡으며 후계 경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모처에 위치한 한 노루페인트 특약지점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이한림 기자

한원석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노루그룹 계열사는 홍콩 노루홀딩스, 디아이티, 밀라노 디자인 스튜디오, 더기반 등 총 4곳이다. 이중 한 전무가 직접 경기도 안성으로 출퇴근하며 상주하고 있는 곳은 농업회사법인인 더기반이 유일하다.

더기반은 2015년 7월 종자 육종 및 육성연구에 대한 제반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노루홀딩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설립된 자회사다. 최대주주는 노루홀딩스(93.03%)이며, 더기반 지분 100%의 태국 지사도 보유하는 등 노루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분류되고 있다.

한원석 전무는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을 전공한 후 2014년 노루로지넷 상근 이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5년 더기반 설립과 함께 비상근 이사로 부임했다가, 2016년부터 더기반의 상근 이사를 맡아 왔다. 2017년부터는 상근이사를 겸직하고 있던 노루로지넷의 이사직도 비상근 이사로 전환하고 더기반 경영에 집중했다.

오너의 상근이사 부임과 함께 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더기반은 노루홀딩스에서 증자를 통해 총 31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에 지난해 말 더기반의 자본금은 노루페인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332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더기반은 창립 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49억 원으로 2018년(79억 원 적자)보다는 적자폭을 낮췄지만 설립 후 누적 적자액은 250억 원을 넘어가고 있다. 역시 노루페인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91억 원임을 감안하면 더기반의 누적 적자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설립부터 이사직을 수행하며 경영 전반을 지휘 했던 한원석 전무의 경영 능력이 그룹의 지원에도 돋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노루그룹은 더기반이 사업 특성 상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며 산업 자체가 국가 기간 산업이기 때문에 국가 종자 주권, 종자개발 기술 향상, 수출용 신품종 개발로 수출 확대 및 후속 육종세대 육성을 목표로 설립 전 수립한 사업 계획을 수행하고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노루홀딩스 관계자는 "종자 산업은 하나의 품종당 육종 기간이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산업이다. 다만 한번 육성된 품종은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어지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굉장히 높은 산업이다"며 "(더기반이)지난해 2018년에 비해 적자 폭이 줄어든 이유도 육성된 품종, 판매가 가능한 품종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내 품종 점유율 확대, 수출 확대 등으로 점진적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있고 2021년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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