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남진-나훈아 '리바이벌 콜라보', 꼭 필요한 이유

가요계 안팎에서는 대한민국 대중가요 양대 산맥을 이룬 나훈아(왼쪽)와 남진이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을 완성하는 의미에서 꼭 한번은 콜라보 무대를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더팩트 DB

'영원한 오빠' vs '가황의 자존심', 트로트 부활의 화룡점정

[더팩트 ㅣ 강일홍 기자] 남진은 성격상 활발하고 유쾌하다. 누구와도 격의 없이 지내는 스타일이다. 친근하고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풍모다. 이에 비하면 나훈아는 조용하고 서정적이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가수다. TV 등 대중매체보다는 콘서트 중심으로 팬들과 교감하는 신비주의 가수의 표상이기도 하다. 둘은 절정의 인기를 누린 60~70년대 가요계 쌍두마차로 가수왕 1~2위를 지켰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전설이 돼 있다.

가요계에서는 남진과 나훈아를 당대 라이벌 관계로 곧잘 비교했다. 당시 레코드사 등 가요관계자들이 흥행을 위해 그렇게 몰고 갔고 대중의 관심을 극대화하고 싶은 언론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이에 대해 남진은 "나이로는 내가 나훈아 씨보다 6살이나 많고 스타일도 서로 전혀 달랐다"면서 "엄밀히 말하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는 건데 데뷔 시기가 비슷한데다 공교롭게 각각 호남과 영남 출신이다 보니 팬들조차도 마치 지역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방송가와 가요계에서는 남진-나훈아의 콜라보 무대를 트로트 대세 열기의 마지막 완성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남진 나훈아가 30여년전 나란히 출연해 라이벌 우정을 과시한 KBS2 스타데이트(87년 방송) 한 장면. /KBS 영상자료

◆ 잇단 트로트 경연프로그램 등장, '남녀노소 가장 익숙한 장르' 자리매김

둘의 명성이야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반 세기 넘게 가요계 정상을 걸어온 발자취는 되새길수록 흥미롭다. 가요계의 '영원한 오빠' 남진은 목포 제일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유복하게 자랐고, 스무 살이던 65년 데뷔 후 한때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며 가요계를 풍미했다. 세월이 흐르면서는 가요계 맏형을 자처하며 후배들한테 늘 살갑고 정겹게 대해 '가요계의 신사'라는 호칭을 듣는다. 끈끈한 의리와 소탈함으로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정많은 사나이로 살았다.

나훈아는 뚝심의 사나이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시대를 달리하는 끊임없는 히트곡 양산, 그리고 작곡과 작사 능력까지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약 2500여곡을 취입하고 정규 앨범 19장을 포함한 200여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직접 작사하거나 작곡한 노래만 800여곡에 이른다. 그 위상만으로 황제다운 면모를 갖췄다. 이처럼 음악적 취향이나 색깔은 판이하게 달라도 나훈아와 남진이 경쟁자로 부각된 데는 각기 다른 '비교불가 스타성' 때문이다.

트로트는 한국 대중가요의 가장 포괄적인 장르다. 격동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며 우리 민족의 아픔과 한을 담았고, 때론 환희와 기쁨으로 표현됐다. 암울했던 시기에 '봉선화' '목포의 눈물' 황성옛터'를 시작으로 해방과 6.25를 거치며 '귀국선' '굳세어라 금순아' '한 많은 대동강' '가거라 삼팔선'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으로 이어졌다. 포크 록이 물결치던 70~80년대에도 트로트는 남진 나훈아 이미자 조미미 하춘화 등 인기가수들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인기를 누렸다.

트로트 대세 바람은 아이돌급 젊은 실력파 아마추어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전 국민적 열기로 확산됐다. 사진은 TV 조선 미스터 트롯 출연진 일부. /TV조선 미스터 트롯

◆ 남진-나훈아 리바이벌 콜라보 무대, 팬 사랑 보답 차원 '마지막 지상과제'

2020년 가요계가 트로트 열풍으로 요동 치고 있다. '전국노래자랑' 또는 '가요무대'에서나 접하던 트로트는 이제 '틀면 들리는' 방송 프로그램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 트롯'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 잇단 트로트 경연프로그램 등장에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하면서 '남녀노소 가장 익숙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신드롬의 중심에는 세대 교체가 있다. 아이돌급 젊은 실력파 아마추어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전 국민적 열기로 확산됐다. 트렌드는 돌고 돈다.

'미스트롯' 스타 송가인은 이미자 장윤정에 이은 이른바 '20년 주기 스타탄생설'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공연계에도 상당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송가인을 필두로 정미애 홍자 숙행 등이 지난해 '내일은 미스트롯'이란 깃발 아래 70여 회의 공연을 매진시켰고, 20만 명 이상의 관객(공연매출 약 200억)을 동원했다. 이런 분위기와 열기는 올 4~5월 이후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스터 트롯'과 '나는 트로트 가수다'의 공연스케줄은 방송 전 이미 세팅이 완료됐다.

이제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나훈아와 남진이다. 이들은 30여년 전 KBS2 '스타데이트'에 나란히 출연해 라이벌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방송가와 가요계에서도 둘의 콜라보 무대를 트로트 대세 열기의 마지막 완성으로 보고 있다. '죽기 전 마지막 의무이자 지상명령'이란 주문도 쏟아내고 있다. 둘의 만남은 단순히 공연의 흥행이나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가수의 존재 이유는 팬 사랑이다.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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