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家 장손은 퇴사 후 이직…LS家 장손은 지분 전량 매각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승계 후보 꼭대기 이름을 올렸던 두 그룹의 장손이 나란히 경영에서 손을 떼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S가 장손인 허준홍(44) 전 GS칼텍스 부사장은 GS그룹 핵심 계열사 GS칼텍스를 퇴사했고, LS가 장손 구본웅(40)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LS그룹 지분을 전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룹의 경영권 승계 후보에서 멀어진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GS와 LS그룹은 각각 2019년,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각각 오너 4세, 오너 3세를 처음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이름을 올리는 등 본격적인 젊은 오너의 경영권 참여 활동을 알렸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조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먼저 GS그룹 창업주 고(故) 허만정 명예회장의 첫째 증손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은 연말 GS그룹 인사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GS칼텍스에서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왔고 GS 오너 4세 중 ㈜GS의 지분(2.05%)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후보에 가장 유력했던 인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반면 허준홍 전 부사장이 퇴사한 것과 대조적으로 그의 사촌들은 CEO나 임원에 승진하는 등 그룹 내 곳곳에서 활발한 경영 활동을 보이게 됐다. 특히 최근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허준홍 전 부사장의 작은 아버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허창수 회장이 물러난 그룹 총수는 막내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며 경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GS가 오너 4세들이 사장 직함을 달고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게 되며 차기 승계 구도에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GS가 장손인 허준홍 전 부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22.05%)이자 부친이 회장으로 있는 삼양통상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에 본사 사무실을 둔 가죽제조업체 삼양통상은 GS그룹 내에서 독자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연매출은 1830억 원 가량의 회사로 연매출 8조 원대의 GS칼텍스와는 규모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인사 배경에 대해 "허태수 신임 회장은 내수산업에 머물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 쇼핑 사업 확장을 잇따라 성공시켜 일찍부터 그룹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고 말했으나, 허준홍 전 부사장의 이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로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 'LS가 장손' 구본웅 대표는 LS 지분 전량 매각
LS가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일찌감치 가업을 이어 받지 않고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했던 인물로 줄곧 GS칼텍스에서 일했던 허준홍 전 부사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구본웅 대표는 고(故) 구태회 LS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지난해 6월 기준 ㈜LS 지분 0.54%(17만4740주)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외부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LS그룹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던 인물이다.
또한 구본웅 대표가 공식적으로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2011년 부친 구자홍 회장에게 당시 시가 14억 원 규모의 LS 주식을 증여받아 보유해 왔고, 이후 부친과 친분이 있는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에게 자금을 출자받는 등 자신의 사업을 키워오는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촌 동생들 사이에서도 늘 LS가 승계 후보에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나 구본웅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보유하고 있던 LS 지분을 서서히 매각하기 시작했다. 월 매각 횟수는 적게는 3번 많게는 9번에 달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남은 지분 0.11%(3만5240주)를 전량 매각하며 구본웅 대표의 LS 지분은 '0'이 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구본웅 대표가 2020년 새해를 앞두고 LS 지분 모두를 처분하면서 앞으로도 그룹 경영에 참여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장손 구본웅 대표가 그룹 일가에서 떨어져 나간 모양새를 보임에 따라 LS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이을 차차기 후계 승계 구도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룹의 근간인 '사촌경영' 원칙이 장손 부재로 무너지게 되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LS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처음으로 오너 3세 CEO가 탄생했으나 나머지 3세들도 일제히 승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CEO에 오른 구본혁 LS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가 주목을 받는다. 구본혁 신임 대표는 고(故) 구태회 LS 창업주의 삼남인 고(故)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으로 큰아버지인 구자홍 회장 밑에서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을 역임해 왔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도 승계 후보 중 한명이다. 구본규 부사장은 LS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이다. LS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아들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도 후보 중 한명이며, 현재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열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 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 상무 역시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승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오너 3세의 승진은 시기가 맞아 떨어진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구본웅 대표의)지분 매각은 개인적인 일이고 그가 LS그룹에 몸담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GS와 LS그룹의 장손이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그룹 경영에서 직간접적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오너일가의 경영권 조정이 본격화되는 한편, 차기 승계 구도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GS와 LS그룹이 여전히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가고 있는 LG그룹, LIG그룹, 아워홈 등 '범 LG가'에 속했기 때문에 각 그룹 장손들이 각각 회사에 몸담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지난해만 봐도 그들이 승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적었다"며 "다만 최근 행보로 미뤄봤을때 사실상 그룹을 이어받지 못하게 되며 향후 각 그룹의 승계 구도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