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조기 보수 통합론에 대한 기대와 우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안한 보수 대통합 제안에 유승민 변혁 대표가 대화 의지를 밝혔다. 보수 통합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남용희 기자

'문재인 정권 심판론' 만으로 뭉치기엔 아직 먼 분열된 보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보수 통합'의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제안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가 "대화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5개월 남은 시점에 나온 보수 통합 논의가 해피엔딩일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민주 세력들이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통합의 주요 대상인 변혁, 우리공화당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다.

유 대표는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지향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 3원칙을 제시하며 "대화에는 응하지만,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우리공화당은 "탄핵에 대한 속죄 없이는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없다"며 유 대표 측과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세 정치 세력의 통합을 위한 필요조건인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은 세력끼리 또 각 세력 내부에서도 의견들이 달라 하나로 정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드러난 문제 외에 총선 공천, 문재인 정권 심판 이후 나아갈 정치적 방향성 등 쉽지 않은 숨은 과제도 있다.

이에 타 정당들은 황 대표의 내용 없는 보수 대통합 제시를 "정치적 입신과 이득에 따른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간판만 바꿔 표를 호소하려는 발악에 가깝다"고 본다.

황교안 대표는 8일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우선하고, 우리가 내려놓는 자세를 갖고 한다면 보수 대통합을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부론 후속 입법세미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황 대표. /허주열 기자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겨냥해 황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인재영입이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으로 시작부터 꼬이며, 당내에서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발표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황 대표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 우파 세력 대통합', '문재인 정권 심판' 등 대의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내용 없이 "앞으로 통합을 잘 논의하자"는 원론적 방향성만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황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은 TK 통합에 불과",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내용도 없는 보수 대통합", "황 대표는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친황들이 벌이는 정치쇼를 제압하고 물갈이할 힘이 없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안팎에서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보수 통합에 실패하면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고, 전체 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리더가 되기 위해 던진 황 대표의 제안이 본인에게 족쇄를 채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어려운 과정을 뚫고 통합에 성공하더라도 너무 일찍 보수 통합론이 나오며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목전에 둔 내년 1~2월께까지는 물밑 협상을 이어가다, 큰 틀에서 조율을 마친 후 발표해야 보수 통합의 최대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황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보수 통합을 주도하며 예상 밖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과 혁신하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절대 쉽지 않은 과제를 던진 황 대표가 보수 통합 정국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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