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의선 경영 총괄 1년…현대차 무엇이 바뀌었나

1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년이 된다. /더팩트 DB

정의선 체제 1년…과감한 결단력 빛났다는 평가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재계 2위 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놓고 아직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정의선식 리더십의 색깔은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는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승부사 기질을 말한다.

재계에 따르면 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 지 1년을 맞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14일 부회장에서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공식적으로 그룹 총수 위치에 올라선 건 아니지만, 경영 업무 전반을 도맡으며 사실상 '정의선 체제'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이전까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자동차 업무만 중점적으로 맡아왔다.

재계는 경영 보폭이 넓어진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이 대폭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기대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가장 먼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과감성이 드러난 대목으로 '인사'를 꼽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동시에 미래차 기술 개발 부문 실력자들을 전면에 배치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핵심 인사를 2선으로 물러나게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체제를 전환하기 위해 순혈주의에서 벗어났다.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핵심 보직에 앉혔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9일 알파 로메오, 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온 필리포 페리니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시스선행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 상무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차그룹엔 벤틀리, GM, 폭스바겐, BMW 등 외부 인재가 각종 주요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가장 파격적인 인사로는 지난 7월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이 그룹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된 사례가 꼽힌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와 북미·중남미를 총괄하는 미주권역담당을 신설하고 여기에 닛산자동차의 전사성과총괄 출신 호세 뮤뇨스 사장을 임명한 것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쇄신을 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외부 인재 수혈 등 인재 중심 행보는 올 연말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자율복장제를 도입하고 임원 직급을 간소화하는 등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나갔다. 사진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위)이 코나 발표회에서 청바지, 티셔츠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과 자율복장제 시행 이후 편한 복장 차림의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모습. /더팩트 DB, 이성락 기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난 1년은 관행과의 싸움이었다. 낡은 기업 문화를 버려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구성원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보수적이고 군대와 같은 조직 문화를 바꾸려 했다. 먼저 사원에서 부장까지 5단계 직급 체계를 허물고 매니저, 책임 매니저 등 2단계로 축소하는 등 수평적 직급 체계를 도입하고자 했다. 임원 직급도 상무, 전무로 줄였다.

외부에서 봤을 때 현대차가 변하고 있다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자율복장제 도입'이다. 이는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더욱더 '젊게' 바꾸어 직원들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판단이 반영된 조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7년 6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발표회에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회사 내외부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자율복장제는 시행 이후 그룹 내부로 빠르게 정착됐다. 이 때문에 양복 일색이었던 회사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아래 현대차그룹은 정기 공채도 폐지했다. 필요한 인력은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대문을 열었다. 이는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빠른 움직임이었다. 이밖에 '줄 세우기식' 상대 평가 대신 절대 평가를 도입했다. 역량이 있다면 성장할 수 있도록 승진 연차 제도도 없앴다. 내부적으로 의사 결정 체계가 빨라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올 2분기 1조237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7분기 만에 1조 원대 복귀다. 이 역시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이뤄낸 긍정적 결과로 풀이된다.

현장 위주 경영을 보여주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국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신흥 시장을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글로벌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만큼 현장을 주무대로 삼는 총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추석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참석 등을 위해 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향후 과제는 단기적으로 중국 시장 회복이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친환경차 기술 역량을 확보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룰을 과감히 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도전적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제조 업체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살길은 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처럼 변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해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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