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2위 지속…한투·한화운용 '뒷걸음질'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두고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보다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로 몰리면서 운용사의 실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255개 자산운용사의 총 운용자산(AUM) 규모는 1085조2696억 원으로 전년(1005조5519억 원) 대비 약 80조 원 커졌다. 수탁고가 늘어나면서 운용수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증시가 지난 4월 중순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크게 빠져나갔다. 대신에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성이 낮은 채권형 펀드와 같은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지게 됐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변 없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올해 상반기 업계 1위의 자리를 지켜냈다. 운용 수수료 수익은 감소했지만 자회사의 탄탄한 실적이 호실적에 큰 몫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845억4311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40억 원) 대비 56.46% 증가한 수준이다. 1·2분기 각각 405억 원, 440억 원을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수익성에 있어서는 위탁 자금이 주식형 펀드에서 채권형과 타깃데이트 펀드(TDF) 등으로 이동하면서 줄었다. 다만 미래에셋캐피탈과 글로벌ETF홀딩스 등 자회사 실적이 지분법 이익이 크게 늘면서 선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올해 상반기 지분법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배 증가한 640억 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2분기에만 지분법 손익이 371억 원이었다"며 "국내와 해외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인도법인 등 자회사 해외법인도 성장하며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상반기 280억2039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과 비교해서 순이익이 12.73% 늘었다. 이는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외부위탁운용(OCIO) 부문 자산 규모가 증가한 덕분이다.
KB자산운용은 주식형 펀드 부진 탓에 역전에는 실패했으나 상반기 전년 대비 19.68% 증가한 235억9213만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수탁금 증가로 AUM이 전년(52조268억 원)에서 3조290억 원 늘어난 55조2970억 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경우 채권형 펀드 자금 증가에 따른 순이익이 늘어났다. 지난 2분기에는 8개 분기 만에 60억 원대를 기록하면서 상반기 116억773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12%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운용사들도 있었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86% 감소한 102억7334만 원이었다. 이는 대체투자 등 사업 확대를 위한 '선투자' 전략에 따른 이익 감소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해외 대체투자를 비롯해 채용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전년 대비 26.6% 증가한 329억 원, 영업비용 규모는 27.8% 늘어난 375억 원을 기록하게 됐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대체투자, OCIO, 해외 법인의 위탁 및 리서치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줄었다"며 "여기에 중소형사 규모인 49명의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면서 인건비가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상반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년 대비 17.42% 감소한 173억2873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다만 내부에서는 순이익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조금 떨어졌지만 큰 폭 감소는 아니다"라면서 "증시 부진에 따른 채권형 펀드 운용 수익은 늘었지만 주식형의 경우 조금 줄어들면서 대미지를 입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재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새 먹거리 찾기 및 실적 늘리기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 운용보다 주식형 펀드가 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시장이 지금처럼 악순환을 지속한다면 국내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곳 또는 국내 은행 등 판매 채널이 탄탄한 곳 아닌 이상 수익 늘리기는 쉽지만은 않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