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㊼-윤수현] 아나운서 포기한 '역주행 신화 가수'

후회없는 선택, 저는 역시 가수가 체질이에요. 윤수현은 차의과대학교 보건학과를 졸업한 뒤 차병원 감염관리과에서 8개월간 근무했다. 아나운서 시험에도 합격한 이력이 있다. /이선화 기자

'천태만상' 대박 히트, 유튜브 조회수 2500만 돌파

[더팩트|강일홍 기자] 윤수현(30, 본명 윤지연)은 '미스트롯 바람'이 분 뒤 기성 가수 중에서는 가장 주목받은 상징적 인물이 됐다. 독특한 리듬과 율동으로 반복되는 그의 신곡 '천태만상'은 초중등생 커버송으로도 인기다. 마치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폭발했다.

이 곡은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 수 총 2500만 건을 넘었다. 한 중학생이 길거리 노래방에서 커버한 단일 영상만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로트 거장 남진과 듀엣곡으로 부른 '사치기 사치기'와 그의 스페셜 앨범곡 '꽃길'까지 포함하면 무려 3000만 건에 이른다.

그는 끼가 충만한 가수다. 최근 자신의 첫 예능프로 출연무대가 된 MBC '라디오스타'를 휘어잡으며 이를 입증했다. 함께 출연한 트로트 거장 남진한테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윤수현의 거침없는 입담 실력에 MC 윤종신은 "라디오스타 막판에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났다"며 감탄했다.

윤수현은 차의과학대학교 보건학과를 졸업한 뒤 차병원에 근무하다 연예계로 방향을 틀었다. 종편채널 아나운서직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저것 욕심은 많아도 내 천직은 가수"라고 했다. 주체할 수 없는 그의 열정 비결이 뭘까.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유튜브 조회 수 총 2500만 건, 역주행 히트. 윤수현은 어린 꼬마 친구들이 제 노래를 흥얼거리며 좋아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선화 기자

-요즘 '천태만상' 인기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그 비결이 궁금한데 본인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트로트는 이제 중장년 어르신들만의 단골 레퍼토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꼬마 친구들이 제 노래를 흥얼거리며 좋아하는 걸 보면 신기하죠. 특히 제 노래 '천태 만상'은 커버영상으로 파급된 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초중학생들이 경쟁적으로 재밌게 구성한 커버영상을 올리면서 반응이 커졌어요. 소속사에서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요. 2014년에 발표한 노래가 뒤늦게 역주행 하고 있는 거죠.

'천태만상'은 지난해 8월 15살 중학생 소녀 나혜연이 인기 BJ(창현)가 진행하는 '거리노래방' 에서 커버송으로 소개한 뒤 폭발했다. 유튜브 조회수가 900만으로 치솟자 윤수현이 보답차원에서 직접 이 코너에 출연했고, 이른바 '역주행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 곡은 지난달까지 트로트 가요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전국 고속도로 하이샵 차트에 무려 12주간 1위에 오르며 그 열기를 입증했다. 차트코리아 성인가요 순위와 한국가요강사협회 인기가요 베스트 50에서도 각각 20주째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다양한 직업을 빗대 세상사를 위트있게 푼 게 독특하다. 힘든 경제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노래가 뜨고 인기를 얻는 건 좋은데 마음은 편치 않아요. 역설적이게도 제 노래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와 맞물려 더 주목을 받는 것 같아서요. 사실은 제 아빠도 자영업을 하시다가 너무 힘들어 중단했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래가 히트하는 데는 일정한 트렌드가 있는 것 같아요. '내 나이가 어때서'(오승근)나 '백세인생'(이애란)이 수명 연장에 따른 건강한 삶을 희망하면서 뜨겁게 타올랐잖아요. 저 또한 밝고 신나는 노래로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해요.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있나 재판한다 판사 변호한다 변호사/ 범인잡는 형사 계룡산에 부채도사 연구한다 박사/ 운전한다 기사 트럭 택시 기차 전차 버스 봉고 도저 기중기/ 요리한다 요리사 소개한다 중계사 /파마한다 미용사 간호한다 간호사(중략)'. 윤수현은 '천태만상' 인기 덕분에 교복과 인삼주, 정수기, 커피, 교복, 대리운전, 그리고 최근엔 화원(싸다구플라워) 광고까지 두루 섭렵했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긍정적 에너지가 팍팍 솟는다고 해요. 윤수현은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흥으로 MC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선화 기자

-의과대학 보건학과 출신으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데뷔 직전 아나운서에도 합격했다고 들었다.

보건학을 전공한 건 취직이 잘 될 것 같아서였는데 정말 부르는 데가 많아 직장 걱정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문제는 그걸로 만족이 되지 않았다는 거죠. 저는 뭐든 일단 손을 댔다하면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많거든요. 가수 오디션과 종편채널 아나운서직에 동시 합격한 뒤 고민 좀 했어요. 아나운서는 카메라테스트까지 합격한 상태였는데 가수를 선택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갈등을 겪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어요. 지금도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믿어요.

윤수현은 차의과대학교(구 포천중문의대) 보건학과 출신이다. 졸업 후엔 차병원 감염관리과에서 8개월간 근무했다. 어려서부터 막연한 꿈이었던 트로트 가수로 방향을 틀었다. 가요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 신분이던 시절 마침 종편채널 개국을 앞두고 모집한 아나운서 공채에도 응시했다. 그는 "연습생 때는 딱히 수입이 없어 CS 교육프로그램 진행 등 여러가지 알바를 했다"면서 "아나운서도 제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를 하게 된 게 엄마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혹시 엄마가 트로트 가수인건 아닌가?

네, 사실은 엄마가 저의 트로트 스승이나 마찬가지예요. 음악적인 거의 모든 부분을 엄마가 직접 모니터하고 수정보완해주세요. 엄마도 처녀시절 트로트 가수 꿈을 키우며 공부를 했거든요. 당시 외할아버지가 거금을 들여 곡을 받고 녹음단계까지 갔다는데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꿈을 포기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엄마의 아쉬움 때문에 저는 갓난 아기 때부터 항상 트로트를 듣고 자랐죠. 요즘도 엄마와 함께 노래 부르는게 가정 큰 즐거움 중 하나예요. 그러고 보면 엄마의 꿈을 제가 대신해준 부분도 있어요.

윤수현은 대학 2학년 때인 2007년 대학생트로트가요제에 응모했다. 어머니 김혜순 씨의 적극적 권유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당히 대상을 받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듬해엔 '전국노래자랑' 의정부 편에 도전했다. 가수 오은주의 '사랑의 포로'를 맛깔스럽게 불러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무대 위 제스처나 율동은 물론이고, 사회자와 주고받을 말투까지 세심하게 일러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 엄마"라고 했다.

윤수현은 요즘 요즘 잦은 방송출연 외에도 행사무대에만 월 20여차례 출연할 만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 속 가수 현빈(왼쪽)과는 같은 소속사 선후배 사이로 늘 오누이처럼 다정하다. /남윤호 기자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서 숨은 끼를 맘껏 발산했다. 방송 후 네티즌들로부터 '타고난 예능 감각을 가졌다'며 극찬했는데 본인 생각은?

사람들은 저를 보고 긍정적 에너지가 팍팍 솟는다고 해요. 매 순간 열정 파이팅이 넘친다고요. 스스로 자랑하려는 건 아닌데 사실이 그래요. 어떤 분들은 저와 5분만 함께 있으면 기분좋은 엔돌핀에 파묻힌다고 하거든요. 저는 외동딸인데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해주는 딸이었어요. 엄마 아빠가 원래 유머감각이 탁월하시거든요. 제가 그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아요. 요즘도 저는 귀가하면 그날 있었던 얘기를 거실에 비치된 칠판에 도표를 그려가며 설명해드리는데 부모님이 박장대소 하시며 좋아라 해요. 크하하하.

윤수현은 지난달 19일 방영된 MBC '라디오 스타'에 대선배 가수 남진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충만한 끼와 흥으로 '라디오 스타' MC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출연 소감에 대해 "'라디오스타'는 제 학창시절부터 애청자로 함께한 프로그램이었기에 출연 제의를 받는 순간 감격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쉴새없이 필자를 웃겼다. 사소한 얘기조차 재밌게 풀어내는 신비한 재주를 가진 듯했다.

-인기가 부쩍 뛰어오르며 출연하는 무대가 많아졌다고 들었다. 데뷔 5년 만인데 스스로는 어느 정도 인기를 실감하는지 궁금하다.

'천태만상' 유튜브 조회수가 영상을 포함해 2500만을 넘었어요. 연습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수백명 수천명 관객이 환호하는 무대에 설 때면 그야말로 꿈같죠. 그동안 디스코메들리 음반과 정규앨범, 스페셜앨범을 내 좋은 반응을 얻었고 덕분에 CF도 많이 찍었어요. 인기를 실감하는 가장 확실한 징표는 강 기자님이 저를 인터뷰이로 불러주신 거죠. 제가 욕심이 좀 많긴 해도 지금만으로도 완전 만족이에요. 쉴새 없이 뛰고 달린다는 각오와 함께 결코 초심을 잃지 않는 가수가 될 것을 약속드려요.

윤수현은 스무 살이 넘은 넘은 이후 경제적 자립을 위해 과외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트로트가요제와 전국노래자랑에 잇달아 입상한 뒤엔 직접 '노래자랑 입상 가수'란 이름의 명함을 만들어 각종 행사 관계자들에게 뿌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한달 40~50만 원 하던 수입이 무대에 설 때마다 단번에 생겼다. 그는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생기는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잦은 방송출연 외에도 행사무대에만 월 20여차례 출연할 만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대선배 남진과 특별한 인연. 유수현은 가수 연습생 최종 오디션 당시 자신의 재능을 눈여겨본 남진과 듀엣곡 사치기사치기(스킨십이란 살치기의 뜻을 담은 의성어)를 불렀다. /I.W 엔터테인먼트, 더팩트 DB

-트로트 가수로 데뷔해 활동 중이지만 실제 무대에선 매우 폭넓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멀티 가수'라고 들었다.

하하하, 언제쯤 이 질문을 해주실까 조마조마했죠. 전국의 행사장에서 저를 많이 불러주는 이유가 있어요. 바로 가성비가 좋다는 거예요. 트로트 뿐만 아니고, 객석의 분위기에 따라 민요와 창, 록, 발라드를 소화하고, 때론 젊은층들과 즉석에서 어우러지는 신나는 댄스곡들을 뿌려주곤 하죠. 저는 또 완벽한 중국어 노래가 가능해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미니콘서트 무대까지 소화할 수 있어요. 실크로드 홍보대사를 하다 보니 중국 CCTV 행사도 간간이 출연해요.

윤수현은 3년전 자신의 히트곡 '천태만상'(世間萬象) 중국어버전 정규 1집을 냈다. 자신의 곡 '천태만상' '꽃길' '아리쓰리아리랑'을 비롯해 중국에서 인기있는 '별을 그대 품안에'(나의 운명) '대장금'(오나라) '등 OST곡을 중국어 가사로 실었다. 또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부인 펑리 위안의 '희망의 들판에서'와 영화 '첨밀밀'의 주제곡도 담았다. 그는 연습생 시절 중국어 회화 공부에 매달려 HSK(중국어능력검정시험) 4급 자격을 획득했다.

-개인으로 요즘 가장 핫한 관심사가 있나?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이성친구에 대한 입장도 궁금하다.

지금 저한테 가장 큰 관심사는 보름전 오픈한 '윤수현 TV' 유튜브 채널이에요. 멍석은 깔렸으니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네요. 아직은 가수 경력이 일천하지만 제 이름을 내건 단독콘서트 꼭 하고 싶어요. 당연히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해야죠. 이성친구요? 관심은 있지만 뒤로 미뤘어요. 무엇을 이루기 위해선 뭔가 대가를 치러야하는 건 누구도 피할 수 없어요. 저는 사랑을 포기하는 대신 가수로 더 많은 걸 이루고 싶거든요. 이성 문제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단계에 오르면 생각해보려고요.

윤수현은 유튜브에 몰입하기 위해 최근 집 근처에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본격 출발에 앞서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넘어서' 마마무의 '넌 is 뭔들' 등 트로트 스타일로 편곡한 서너 곡을 올렸고, 반응은 폭발했다. 그는 "제 곡보다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저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커버송을 날것 그대로 올릴 예정"이라며 "창현TV에서 불러 반향을 일으킨 '티어스' '현명한 선택' '그녀와 이별' '아모르파티' 등 빠르고 신나는 댄스곡들도 리바이벌 하겠다"고 말했다.

흥이 넘치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 윤수현은 밝고 유쾌한 성격에 붙임성이 뛰어나 선배 가수들한테 두루 사랑받는 재간둥이다. /이선화 기자, 윤수현 인스타그램

윤수현은 흥이 넘치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다. 마이크를 잡으면 어떤 무대든 단번에 분위기를 휘어잡는 마력을 지녔다. 소화할 수 있는 장르가 워낙 폭넓어서이기도 하지만 넘쳐나는 끼의 분출 덕분이다. 또 붙임성이 뛰어나 선배 가수들에게는 두루 사랑받는 재간둥이다.

이날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천성적으로 몸속에 익살과 유머가 배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가 '성격이나 캐릭턱가 좀 독특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느냐'고 묻자 "막 데뷔할 무렵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뜨거웠다. 김수현의 이름이 맘에 들어 즉석에서 이름을 빌려썼다"고 깔깔 웃었다. 그의 본명은 윤지연이다.

대선배 가수 남진과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남진은 윤수현의 가수 연습생 최종 오디션 당시 눈여겨본 뒤 지난 2016년 직접 선곡한 노래 '사치기사치기'(스킨십이란 '살치기'의 뜻을 담은 의성어)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는 "수현이는 참말로 재주 많은 젊은 가수"라면서 입이 닳도록 극찬했다.

윤수현은 인터뷰 차 <더팩트>를 방문한 뒤 만나는 기자들마다 "제가 바로 '천태만상' 윤수현이에요. 아시죠? 예쁘게 봐주세요"라며 일일이 말을 걸고 인사했다. 대화 중에도 목소리 흉내는 물론 폭풍 리액션을 섞어 노래 부르는 등 온몸을 다해 열정을 쏟았다. 끊임 없이 솟아나는 그의 긍정 에너지를 보며 과연 가요계 '역주행 신화'의 주인으로 대접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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