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도 만나겠다"는 말보다 '진짜 소통' 필요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문재인 정부가 다시 한번 '경제팀'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는 전격 인사 소식에 재계 안팎에서는 '기대감'보다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정책실장 자리의 경우 현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인사인 데다 두 자리 모두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소득주도', '혁신성장' 등 인사 교체 때마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과 실천과제를 제시했음에도 각종 경제지표에서 드러나듯 경제계 전반의 불확실성은 되레 더 커져만 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뜨뜻미지근한 반응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포용국가 비전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받은 인사(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반년 만에 교체 대상이 된 것도 모자라 '재벌 저격수'라고 불리는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것 역시 경제계가 이번 인사를 두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21일 김상조 신임 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정책실장으로 가면 왜 기업의 기가 꺾일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옥죄기'에 대한 우려에 작심한 듯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벌 총수와 소통 계획을 묻는 질문에 "원한다면 누구라도 만나 얘기를 듣겠다"며 그 대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일지라도 예외는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자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국내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최고경영자(CEO)들과 소통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도 만남의 폭을 10대 그룹까지 확대하며 맹목적인 '반(反)재벌' 이미지를 일부 덜어낸 그다. 그러나 불과 석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재벌에 관한 그의 인식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었다는 점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우려가 남아 있다고 한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특정 개인의 정치적 또는 경제적 가치관만으로 좌지우지되지는 않겠지만, 경제컨트롤타워의 역할은 그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비롯해 나라 안팎에 산재한 불확실성으로 나라 경제 버팀목을 맡고 있는 대기업 시총은 이미 수조 원씩 증발하고 있고, 수출을 비롯한 물론 각종 경제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원톱'이냐 '투톱'이냐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이제는 정말 경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력을 쏟아야 할 때다. 과거 중국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 운동이 결국 더 큰 해충 피해로 돌아왔듯이, 대기업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옥죄기는 경제 살리기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기업의 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물음표를 달기 전에 불안한 시선이 나오게 된 배경에 관해 생각하는 열린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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