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우리의 미래다" 이재현 CJ 회장, 문화콘텐츠 인프라 조성 드라이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문화가 곧 우리의 미래다."(이재현 CJ그룹 회장)
'문화보국(文化報國)'의 일념으로 한류 콘텐츠 세계화를 그룹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축구장 78개, 전체 부지 51만2000여㎡. 오는 2024년까지 CJ그룹이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에 조성하는 복합문화시설의 규모를 합한 수치다.
20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회사 최고 경영진들과 연일 회의를 갖고 최근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 미국 AEG와 협력에 나선 '아레나'(원형 공연장) 건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CJ, 복합문화시설 프로젝트 '가속 페달'..."글로벌 최고 수준의 '문화의 장(場)' 만들겠다"
2만 석 규모의 아레나가 들어서는 곳은 CJ그룹이 1조8000억 원을 들여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한류부지에 조성하는 'CJ라이브시티'다. 경기도와 인허가 문제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CJ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지난해 11월 인허가 통과에 이어 지난 2월 경기도·고양시·CJ라이브시티 간 '한류 콘텐츠 산업 육성 및 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한 지역발전 상생협약' 체결까지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AEG와 제휴를 맺은 아레나 설립 사업은 애초 2000~3000석 내외 규모로 추진된 공연장 설립안에 기초를 두고 있었지만, "CJ가 추구하는 글로벌 생활문화 사업의 근간인 'K컬처'를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주문 아래 6배 이상 그 규모가 확대됐다.
CJ그룹은 경기도로부터 최종 사업 승인을 받는 대로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24년까지 30만2153㎡ 부지에 최첨단 아레나를 비롯해 체험형 스튜디오와 콘텐츠 놀이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측은 연간 20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 10년간 13조 원의 경제 효과와 9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대형' 복합문화시설 건립 프로젝트는 파주에서도 진행형이다. CJ그룹 계열사 CJ ENM은 지난 12일 오는 2023년 6월까지 파주 통일동산지구 내 21만㎡ 규모의 'CJ ENM 콘텐츠 월드'를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파주시와 협약을 맺었다. 대규모 스튜디오와 체험형 관광시설, 야외 오픈 세트 등으로 구성될 '콘텐츠 월드' 구축으로 CJ는 2조 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K팝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눈여겨 볼만하다. CJ ENM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K컬쳐 컨벤션인 'KCON'은 이미 글로벌 최대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글로벌 아티스트 발굴·육성·지원 프로젝트 역시 순항 중이다.
CJ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을 발굴·기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서울 공연을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을 전국 CGV 상영관을 통해 배급을 주관했다.
지난 3월에는 합작 법인 '빌리프랩'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CJ ENM은 방송과 컨벤션, 콘서트, 음반 유통 등 아티스트의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화 업계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인프라 조성 사업과 같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필요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는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 없이는 사실상 '쓸만한 기획'으로 묻힐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 회장이 추진하는 문화산업은 음악과 영화, 미술,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대기업이 확보한 유통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이재현 회장 '20년' 뚝심 투자, 한국 영화 신(新)르네상스 열다
이 회장의 '결단'은 영화산업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여 년 동안 CJ가 투자·배급을 맡아온 작품 수만 320편에 달한다. 지난 1995년 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은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회사 전체 매출의 20%가 넘는 3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무리한 투자"라는 경영진에 우려에도 이 회장은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파격 실험에 나선 이 회장의 '뚝심 투자'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로 자국 영화 점유율 50%를 넘어선 영화 강국 반열에 올려놨다.
특히, 최근 영화계 최고 권위인 칸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영화산업에 지속적인 '통 큰' 투자를 단행한 이 회장의 경영 전략으로 거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9년 영화 '마더'로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은 CJ는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와 '기생충'까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4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가 어려워지자 CJ가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에 돌입, 해외 판로를 개척해 글로벌 흥행을 이끌어 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평소에도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이들이 만든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며 "20년 동안 문화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이 회장의 의지를 토대로 CJ는 지속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CJ의 문화사업은 최근 스포츠 분야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18일 베트남 체육총국에서 'CJ내셔널 유스 태권도 챔피언십' 미디어데이를 열고 본격적인 대회 출범을 알렸다. 'CJ내셔널 유스 태권도 챔피언십'은 베트남이 아닌 해외 기업이 후원하는 유일한 내셔널 타이틀 태권도 대회다. 우리나라 국기이자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인 태권도의 우수성과 정신을 널리 전파함과 동시에 'K-Culture'를 확산해 현지 태권도 발전과 한류 열풍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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