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정명령...매각 실패 시 이행강제금만 하루 1억3000만 원
[더팩트 | 신지훈 기자]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5월19일까지 두 점포를 매각해야하지만 팔릴 기미조차 없기 때문. 만약 매각하지 못하면 과징금은 물론 하루 1억3000만 원 규모의 강제이행금까지 내야한다. 두 점포의 감정가액도 최초 감정가액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2년, 인천시가 롯데그룹에 인천터미널 부지를 매각하며 문제가 시작됐다. 신세계는 인천시와 2017년까지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및 일대 부지를 사용해왔다. 연 매출 7000억 원에 달하던 알짜배기 매장이었다. 그러다 2012년 9월에 인천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롯데그룹에 인천터미널 부지 7만8000㎡(2만3600평)와 건물 일체를 약 9000억 원에 매각했다. 소유권이 롯데그룹으로 넘어간 것. 롯데그룹은 2013년 4월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난감해진 신세계 측은 "인천시가 롯데에 특혜권을 줬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소송까지 냈지만 패소했다. 이후 신세계는 매달 약 10억 원의 임대료를 롯데에 지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영업종료까지 신세계는 약 680억 원의 임대료를 롯데 측에 지불했다.
롯데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정위가 나섰다. 롯데의 인천 및 부천 지역 백화점 점유율이 50%을 넘어서며 공정위는 롯데에게 오는 5월19일까지 인천점과 부평점을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명령과 관련해 "롯데쇼핑의 기업결합으로 발생한 인천·부천지역 백화점 시장에서의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부과된 것으로, 롯데 측으로 하여금 해당지역의 롯데백화점 2곳을 백화점 용도로 매각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017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매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10차까지 매각공고를 내고 33차례에 걸친 개별업체 접촉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점과 부평점의 감정가는 각각 2299억 원, 632억 원. 롯데백화점은 빠른 매각 성사를 위해 약 146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도 첫 감정가 대비 50%까지 낮춘 상황이다. 게다가 5월19일까지 매각하지 못할 경우 하루 1억3000만 원 규모의 이행강제금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의 과징금까지 내야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22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 성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기간 내 매각되지 않을 시에는 이행강제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부평점은 숨통이 트였다. 인천 부평구청에서 매각의사를 밝힌 것. 부평구청은 부평점을 매입해 일자리와 창업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단, 공정위가 건물 용도 변경을 허락해야한다. 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은 지난 25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와 협의를 통해 용도 변경을 이끌어 내야하지만 부평구가 매입할 경우 이를 일자리 또는 창업의 허브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 부평점은 부평구의 굴포천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어 추후 재생 사업 완료 후 부평점 주차타워를 활용한다면 주차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평구에게는 꼭 필요한 만큼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며 부평점 매입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말로 영업을 종료했던 인천점은 지난 15일부터 '고객감사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점 1층과 2층 두 층에서 감사대전을 통해 재고물량을 소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고객감사대전 기간을 5월19일까지로 하고 그 사이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요청으로 고객감사대전을 진행 중"이라며 "그 사이 매각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백화점 안양점도 오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안양점은 엔터식스가 영업권을 인수했다. 리모델링을 거쳐 엔터식스가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는 안양점의 매출부진을 주 매각 이유로 꼽았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안양점의 임차기간이 오는 2032년까지 임에도 매각한 이유는 평촌점이 들어서며 안양점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출 부진은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앞으로 롯데백화점은 효율적인 운영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추가 매각하는 점포도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gamj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