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연예계에서 나도는 소문은 대체로 그냥 소문일 가능성이 많다. 근거 없이 나돌면서 살이 붙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또 진위여부를 떠나 일단 확산이 되면 끄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잦아들었다 싶으면 슬그머니 다시 피어나는 바람에 당사자들은 영 죽을 맛이다. 혹자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느냐'며 소문의 꼬리를 어떻게든 붙들어 매고 싶어하지만, 연예계 환경과 속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때론 '군불을 안 때도 연기 나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문제는 부인하던 열애설이 사실로 드러나는 곳 또한 연예계란 점이다.
#1:2015년 7월=배우 고현정(47)과 조인성(37)이 공항에서 네티즌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본서 나란히 귀국하던 길이었는데 조인성이 커다란 짐 카트를 밀고 고현정은 바짝 옆을 지켰다. 네티즌 카메라에 포착된 이 사진은 다정한 연인 사이로 비쳐 한껏 의구심을 키웠다. 물론 같은 비행기에 탔고 입국 수속도 함께 했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리자 즉각 반응이 나왔다. 두 사람의 소속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 측은 "각기 다른 비공식 일정이 있어 일본을 방문했다"면서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양측의 설명을 다시 종합해 보면 둘 다 공식 일정은 없었다. 그렇다고 각자 가족을 동반한 여행도 아니었다. 따로따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조인성은 친구들과 개인 일정으로 일본에 간 것이고, 고현정 역시 평소 일본에 자주 쉬러 가는데 시기가 맞아 떨어져 같이 들어왔을 뿐이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과거 드라마 속 특별한 인과관계가 의혹의 발단이었다. 이들은 2005년 드라마 '봄날'에 출연하며 진한 키스신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잇단 데이트 목격담이 열애설로, 대중스타는 사소한 꼬투리만으로 화제
#2:2016년 3월=송중기(34) 송혜교(37)가 미국 소호거리에서의 데이트 목격담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강력한 인기바람을 일으키던 때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커플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 그래도 드라마에서의 멋진 케미를 보며 둘을 연인 사이로 엮고 싶은 '리얼빠'(드라마상 캐릭터를 실제로 착각하는 열성팬)의 열망이 증폭하던 시기여서 더 이슈였다. 송혜교가 SNS에 올린 인증샷만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이템 등 여러 열애 의혹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양측 소속사는 강력히 부인했다. 송중기 소속사는 "뉴욕서 식사를 한 것은 맞지만 동료들도 함께 있는 자리여서 열애와는 거리가 멀다"고 부인했다. 뉴욕에 집이 있는 송혜교는 "휴가차 장기체류 중이며 우연히도 (송중기 일행과) 때마침 만나게 됐다"고 해명했다. 목격자들의 설명이나 누리꾼들이 추측하는 '동반 여행'이 아니라는 대목을 유독 강조했다. 열애설은 사실무근이었을까. 둘은 이후에도 몇차례 언론이 제기한 열애설을 부인했지만 1년6개월 뒤인 2017년 10월의 마지막날 결혼식을 올린다.
#3:2018년 10월=배우 강동원(39)과 한효주(33)의 미국 데이트 장면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마트에서 간단한 생필품을 사들고 편안한 차림으로 함께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정했다. 현지 교포가 찍어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열애설로 이어졌다. 둘은 소속사를 통해 "작품관련 미팅차 만났을 뿐" "일정이 겹쳐 지인들과 몇차례 식사를 함께한 것일 뿐"이라고 각각 부인했다. 둘은 영화 '골든슬럼버'와 '인랑'에서 호흡을 맞췄다.
◆ 오비이락일까? 두번이나 불거진 열애설에도 당사자들은 '사실무근' 부인
잊을만하면 한번씩 터지는게 연예계 열애설이다. 이번에는 82년생 동갑내기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 발단이 됐다. 목격자는 손예진 부모도 같이 밥을 먹는 것을 봤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소개했다. 손예진 측은 "부모님은 한국에 계신다"고 했고, 현빈 측은 "해외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21일에도 불거졌다. 이번에는 쇼핑몰에서 두 사람으로 보이는 뒷모습이 찍혔다. 역시 열애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양측은 선을 그었다.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음에도 누리꾼은 두 번이나 불거진 열애설에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빈과 손예진은 지난해 영화 '협상'을 통해 처음으로 한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손예진은 영화 개봉 직후 필자와 스페셜인터뷰를 하면서 "화상을 통한 비대면 연기를 하다 보니 직접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건물 안에서 진행된 영화촬영장 분위기가 자주 소통하며 화기애애했던 사실까지 부인하지 않았다. 손예진이 SNS에서 올린 현빈과의 사진들도 새삼 달라보였다.
대중스타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사소한 꼬투리만으로 화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연애담은 무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다. 열애설 자체로 빅 이슈가 되고, 저마다 숨기는 속사정이 있겠지만 열애설을 넘어 결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손예진 현빈의 열애설은 당사자들의 적극 부인에도 앞서 강동원-한효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우연이라면 또 군불만 때다 마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는 있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건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반복되면 의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