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오케이 마담' 엄정화, 컴백이 기대되는 이유

배우 색깔과 가수 색깔 동시에. 엄정화는 다음달 크랭크 인을 앞둔 영화 오케이 마담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미쓰 와이프 이후 4년 만이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엄정화는 배우와 가수로 연예계 입지를 다진 주인공이다. 연기는 물론 그가 부른 노래는 90년대 이후 가요계 전설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눈동자' '배반의 장미' '포이즌' '페스티벌' '몰라' '초대' 등 발표하는 곡마다 신선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JYP 박진영이 작사 작곡한 '초대'는 도발적인 안무와 의상에서부터 관능과 유혹의 상징처럼 각인돼 있다. 긴 머리에 검은 드레스, 부채를 들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무대는 상반신 노출로 더욱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숱한 히트곡 중에도 주영훈이 작곡한 '페스티벌'(festival)은 '포이즌'(poison)과 함께 경쾌 발랄한 엄정화의 색깔과 이미지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으로 정평이 나 있다. 99년 발표된 '몰라'는 양쪽에 물이 들어간 헤드폰으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수많은 패러디가 양산됐다. '몰라'에 이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둔 '페스티벌'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금도 가요계에서 두루 회자될 정도다. '페스티벌'은 애초 주영훈이 그룹 컨츄리꼬꼬를 위해 준비한 곡이었지만 퇴짜를 맞아 엄정화 몫이 됐다.

주영훈은 "컨츄리꼬꼬의 코믹한 이미지와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탁재훈이 탐탁치 않게 생각해 어이가 없었다"면서 "터보한테 주려고 곡을 손질하고 있는데 엄정화 매니저가 들어보더니 얼른 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엄정화 역시 피하면서 집으로 가버리는 등 싫은 내색을 했지만, 소속사의 반강제 설득으로 녹음을 마쳤다. 성공한 지금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고마운 곡이 됐다. 유사한 사례는 종종 있다. 주현미 김혜연 등이 퇴짜를 놓은 뒤 마지못해 노래를 불러 성공한 '어머나'의 장윤정도 비슷한 케이스였다.

엄정화는 92년 영화 결혼 이야기와 이듬해 KBS2 수목드라마 굿모닝 영동을 통해 연기자로 입문한다. 사진은 2014년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 제작발표회 당시. /남윤호 기자

◆ 엄정화, 이효리 김소정 정은별 한그루 등 연예계 후배들이 닮고싶어하는 롤 모델

엄정화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제천농업고에 다니다 강원도 원주 북원여고로 전학했다. 중고 시절 소풍 등 장기자랑 시간에 단골로 불려나가 춤추고 노래 잘 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콘서트를 보러 서울까지 원정다닐 만큼 가수들을 동경하는 열혈 소녀였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대학 진학 대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어머니는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를 운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89년 MBC 합창단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연예계와 인연을 맺는다.

연기 데뷔는 고 최진실의 매니저였던 배병수 씨(94년 사망)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서울 전농동에서 부기와 회계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였던 배 씨는 최진실을 발굴해 스타로 등극시키면서 일약 유명해졌다. 당시 방송가 안팎에 최고 영향력을 갖고 있던 시기로 신인 엄정화를 데리고 언론사를 자주 방문했다. 필자의 기억에도 스포츠조선 광화문 시절 말없이 조용히 웃기만 하던 엄정화의 풋풋함이 여전히 선명하다. 연기는 92년 영화 '결혼 이야기'와 이듬해 KBS2 수목드라마 '굿모닝 영동'을 통해 입문한다.

데뷔 초기 '최진실 끼워팔기'라는 말이 나돌 만큼 CF 노출과 언론 인터뷰까지 매니저 배 씨의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엄정화는 시인 유하의 첫 감독 데뷔작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마침내 자신의 이름값을 낸다. 유하 감독은 연기력보단 커다란 눈을 가진 엄정화의 청순미를 높게 샀고, 실제로는 이 영화에서 반전 '팜므 파탈' 역을 맡아 스스로 빛을 냈다. 노래실력까지 인정받으며 영화의 삽입곡을 직접 부르는 행운을 얻는다. 그를 가요계로도 진출하게 한 '눈동자'(신해철 작곡)다.

청순미의 상징에서 영원한 디바로 변신을 거듭해온 엄정화는 연예계 수많은 후배들이 롤 모델로 꼽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진은 엄정화가 지난해 영화 버닝 VIP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청순미의 상징'에서 '영원한 디바'로 거듭 변신해온 엄정화, '오케이마담' 컴백

영화는 망해도 누군가 덕을 봤다면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최민수 홍학표 등 주역을 맡은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해 흥행은 실패했지만 엄정화에게는 특별했다. '눈동자'는 가요 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렸고, 엄정화는 당시 청순함이 대세이던 여자 가수들 중 섹시한 분위기를 장악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가수는 군인들이 좋아하면 뜬다는 속설이 있다. 데뷔 첫 해부터 '군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으며 90년대 내내 섹시 디바로 휩쓸었다. 이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복귀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가요계를 종횡무진하던 엄정화에게 위기는 지난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이다. 엄정화는 수술 직후 상황을 "목소리가 안 나와 감정이 격해져 울기도 했는데, 울음소리조차 안 나와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성격마저 자신도 모르게 소심해지더라는 고백만으로, 배우로 가수로 목소리를 잃는다는 두려움이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어린 시절 업어키우다시피 한 엄태웅의 사생활 논란도 그에게는 엄청난 상심이었다. 남동생이 겪는 고난은 누나 엄정화에게 애틋할수록 상심도 크다.

이런 엄정화가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다음달 크랭크 인을 앞둔 영화 '오케이 마담'은 영화 '미쓰 와이프' 이후 4년 만이다. 가족여행 중 벌이는 액션 코미디 장르여서 특유의 유쾌한 웃음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청순미의 상징'에서 '영원한 디바'로 변신을 거듭해온 엄정화는 연예계 수많은 후배들이 롤 모델로 꼽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효리는 '젊은 가수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장점으로 꼽았다. 배우의 색깔과 가수의 색깔을 동시에 가진 엄정화,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