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스무 살 이승엽의 눈물

삼성 이승엽이 지난 7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올스타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남윤호 기자/20170714/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우리는 '남자는 우는 게 아니다'라고 배웠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태어날 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세 번뿐이라고. 이처럼 눈물은 흔히 유약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때로는 눈물이라는 출구를 통해 터져나오는 마음이 강인함일 수도 있다.

1996년 2월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취재했다. 그때 프로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앞둔 이승엽이 훈련 중 부상을 당하고는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삼성 사령탑이었던 백인천 감독은 "그 정도는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고 무심하게 말했지만 이승엽은 자신 있었던 시즌을 망칠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데뷔 첫 해인 1995년 0.285의 타율과 홈런 13개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신인왕의 영예는 이동수에게 돌아갔다.

그때 이승엽이 흘렸던 눈물은 유약함이 아니라 독기였다. 그가 타자로 대성한 뒤 양준혁은 말했다. "무섭도록 독하고 야구에 미친 녀석이에요.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한민국 최고죠. 좀 안맞는다 싶으면 밤새 방에 불켜놓고 배트 휘두르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최고가 됐죠.”

그때 이후 이승엽은 야구와 관련해서 두 번 더 눈물을 흘렸다. 한 번은 2003년 12월 일본 진출을 발표하면서, 또 한 번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린 뒤였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일본에 가는 것에 대한 죄송함, 대구와 삼성을 떠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은 '효자'와 '의리'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했고, 부진 때문에 후배들에게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흘린 눈물은 팬들에게 '책임감'으로 각인됐다. 스무 살에 흘린 첫 번째 눈물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눈물도 흘릴 수 있었다. 일본 진출도, '국민타자'의 활약도 독기로 이뤄낸 실력이 바탕이 됐다.

이승엽이 3일 오후 5시 대구에서 열리는 넥센전으로 23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아마도 선수로 유니폼을 입고는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는 그를 보게 될 것이다. 그가 이루어놓은 것을 보라. 남자의 눈물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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