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녹취록 파문' 이정현,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고요?

3선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요즘 정치권 화두 중 하나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3선·전남 순천)의 'KBS 보도 개입 의혹'입니다. 지난달 30일 이 의원이 2014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낼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해양경찰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 내용의 녹취록이 알려진 것이지요. 이 의원은 '해경=정부'로 보았고, 이는 곧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녹취록 파문'으로 정치계와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일 "이 전 수석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김 전 국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이정현 녹취록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논란의 장본인인 이 의원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는 "우리 정치에 좌절하고 분노한 국민의 심판이었던 4·13 총선으로 20대 국회가 구성됐지만, 우리 정치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혁신, 쇄신, 개혁, 이런 화려한 말 잔치뿐, 다시 특권과 기득권에만 집착하고 있다.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와 국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보도 개입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더팩트 DB

이 의원의 눈빛은 결연하고 표정은 매우 진지했습니다. 그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약속한 자신의 말들을 꼭 지키겠다는 의지도 엿보였습니다. 다만, 출마 선언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당 대표가 되더라도 녹취록 파문이 야당 공세의 약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보도 당시 처음 제 입장을 충분히 얘기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그는 "평소에 (김 전 국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라 격의 없이 전화한다는 게 말이 조금 지나쳤다"면서 "제 불찰이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이 의원은 녹취록 파문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이 의원은 '충분히'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 대표 후보로서 '녹취록 파문'은 득이 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이 의원이 "국가와 국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 탄 학생들과 시민들이 사지로 내몰렸을 당시 정작 이 의원은 '대통령의 심기를 우선으로 뒀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에 누리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네이버 갈무리

이날 이 의원의 당 대표에 출마 소식에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오늘(7일) 또 KBS 사장실에 전화 한 통 들어가겠네' '박근혜 대통령이나 열심히 지키세요'라는 비판적 댓글과 '아이고, 나 한 번만 도와주셔~'라는 녹취록 패러디 글도 등장했습니다. 댓글 중에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있는 경우도 상당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21조). 또, 방송법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고(4조 1항),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4조 2항)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보도 개입 의혹은 단순히 사과하고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침통했던 점을 비춰봤을 때 국민은 당 대표 출마의 변보다 보도 개입 의혹 해명에 더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 역시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서야 "국가와 국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는 이 의원의 말을 국민은 온전히 받아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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