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게스트 출연, '맛있는 녀석들'에게는 독
[더팩트 | 김민지 기자] '맛있는 녀석들' 속 '뚱4'(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의 '먹방'에 빠져든 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음식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이마저 레드오션이 된 시절, '맛있는 녀석들'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소문난 맛집에 찾아가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저 그런 방송과는 전혀 달랐다. 먹어볼 만큼 먹어본 '뚱MC'들이 전하는 생생한 맛 표현과 제대로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꿀팁'은 여타 '먹방' 프로그램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됐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먹성이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뚱MC' 4명의 '케미'다. 은근한 허당인 '이십끼' 유민상과 보는 것만으로 군침 도는 '먹방'을 보여주는 '먹선수' 김준현, 트렌디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먹요정' 김민경과 '한입만'의 고수 문세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뚱4'는 프로그램 안에서 묘한 조화를 이뤘다. 잘 맞는 네 사람이 모이니 편안한 분위기에서 웃음이 만들어졌다. '척' 하면 '착' 맞는 넷의 궁합은 '맛있는 녀석들'의 주요 흥미 요소였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프로그램은 탄탄한 마니아 층까지 갖추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요즘 '맛있는 녀석들'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게스트가 출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올해 초 김태원과 장도연의 등장으로 게스트 출연의 포문을 연 프로그램에는 이국주, 조세호, 지진희, 조동혁, 샘 해밍턴, 포미닛 권소현 등 다양한 스타들이 나와 '먹방'을 보여줬다. 게스트들은 방송에 출연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이들의 등장만으로 '뚱4'의 '케미'가 사라졌고, 프로그램을 '노잼'(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으로 만들었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맛있는 녀석들'은 맛집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뚱MC'들이 이에 대한 에피소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뚱4'는 서로를 '돼지 새끼들'이라 장난스레 놀리고 각자의 먹성을 뽐내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모여 소소하게 대화를 하는 듯한, '방송인 듯 방송 아닌 방송 같은' 분위기가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마니아 시청자들은 이것에 매료돼 방송을 시청한다.
그러나 게스트들이 출연할 때 '뚱4'는 달라진다. 낯선 인물의 등장은 '뚱4'를 '먹보'에서 '예능 MC'로 만들어버린다. 멤버들은 게스트의 행동에 집중하며 그를 주목받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연스레 모든 포커스가 게스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먹방'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게스트들이 먹는 장면을 더 많이 비추다 보니 '뚱4'의 비중이 적어진다. 프로그램 고유의 매력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한 주 내내 방송을 기다려온 시청자들이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게스트들도 MC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다만 이것이 '맛있는 녀석들'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다. 짚어 말하자면 제작진의 판단이 잘못됐다. 물론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프로그램이 1년이 넘도록 비슷한 포맷으로 가는 건 지루함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고, 이를 안 제작진은 게스트 투입해 신선한 그림을 만들고 싶었던 걸로 헤아려진다.
제작진이 상기해야할 부분은 '맛있는 녀석들'이 진짜 인기 있는 이유다. 프로그램은 네 뚱보가 모여 소담스럽게 음식을 먹고 이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게 매력 포인트다. 화려하거나 매번 신선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맛있는 녀석들'은 유행을 타는 음식보다는 묵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장에 가깝다.
'맛있는 녀석들' 음식 프로그램들 가운데에서도 비판이 없는 편이다. 그 흔한 홍보 의심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그만큼 기획 의도에 부합하고 진정성이 있는 방송을 꾸준히 만든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게스트 출연으로 인해 다소 재미없다는 반응을 얻는 건 아쉽다. 부디 본연의 색깔을 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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