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구미=정창구 기자] "맨날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2026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구미 원도심 국수 골목의 한 식당 주인이 남긴 말이다. 짧은 한마디지만 그 속에는 모처럼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게를 바라보는 상인의 기쁨과 오랫동안 침체된 골목상권의 현실이 함께 담겨 있다.
올해 구미라면축제의 가장 값진 성과를 꼽으라면 화려한 무대도, 끝없이 이어진 관광객 행렬도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장사할 맛을 느꼈다는 상인들의 웃음이야말로 축제가 남긴 가장 소중한 결실이다.
실제로 축제장 인근 김밥집은 평소보다 매출이 2~3배 늘었다. 준비한 재료가 동나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아야 했다. 새마을중앙시장의 떡집은 밀려드는 손님을 맞으려고 영업시간을 4시간이나 늘렸다. 국수골목 식당들도 평소 주말보다 2~3배 많은 매출을 올렸다.
편의점과 의류점, 카페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 제과업체들이 준비한 우리밀빵은 동이 나 추가 물량을 급히 가져와야 했다. 상인들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비명이었다.
이러한 풍경이 유독 반가운 이유가 있다. 지방의 원도심은 오랫동안 인구 감소와 상권 이동, 소비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겪어왔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시장과 골목은 대형 상권에 밀려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그런 골목에 라면 한 그릇이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관광객들은 라면을 먹으러 왔다가 김밥을 사고, 떡을 맛보고, 골목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축제장에서 시작된 소비가 전통시장과 주변 상점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는 지역 축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유명 가수를 초청하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축제는 많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지역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따져보면 아쉬운 경우도 적지 않다.
관광객 숫자는 화려한데 정작 주변 상인들은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축제라면 그 성공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구미라면축제는 주목할 만하다.
구미역 일원에 집중됐던 축제 열기가 강동지역 진평음식문화특화거리까지 확산됐고, 지역 제과업체 12곳은 3574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고향사랑기부제에도 140명이 동참해 1400만 원의 정성을 보탰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경제로 이어지고, 축제의 즐거움이 고향을 향한 나눔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축제 기간 며칠간의 매출 증가만으로 침체된 원도심이 되살아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시적인 특수를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로 연결하는 일이 앞으로 구미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축제장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평소에도 구미를 다시 찾도록 만들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연결하는 관광·소비 동선을 더욱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축제의 성과가 일부 점포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축제의 성공은 방문객 수나 판매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성과가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올해 구미라면축제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장면은 2㎞ 넘게 늘어선 라면 구매 행렬이나 수억원의 판매 실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맨날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모처럼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게에서 한 상인이 건넨 이 소박한 한마디가 오히려 축제의 가치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축제는 사흘이면 끝나지만 지역 경제는 365일 계속돼야 한다.
라면 한 그릇이 되살린 골목의 웃음이 축제 기간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구미라면축제가 앞으로 지켜가야 할 진정한 성공의 기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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