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환대하는 한국 스포츠가 본 외국인 문제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독일의 ‘손님’ 노동자 제도
국적은 스포츠계에서 점점 흐려진다
외국인선수, 이주노동자 모두 사람

1962년 손님노동자 정책에 따라 독일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왼쪽 사진). 오른쪽은 1966년 파독간호사들의 프랑크푸르트 도착 장면. / 독일연방문서보관소, 국가기록원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독일에는 1950~1970년대 ‘손님노동자 제도(Gastarbeiter)’가 있었습니다. 통일 전 서독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모집한 정책으로, 현재 한국의 외국인 고용허가제(EPS)와 유사합니다. 이 제도는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오늘날 독일이 다문화 국가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1973년 경기침체로 제도가 폐지될 당시 독일에는 약 260만 명의 손님노동자가 있었는데,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현재 축구, 농구 등 독일 국가대표팀에 터키계,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도 1959년 처음 간호사를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약 1만 9,000명의 간호사와 광부가 독일에서 일했습니다.

#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흥미로운 점은 호칭입니다. 독일어 ‘가스트(Gast)’는 우리말로 손님입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 혹은 이주노동자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독일은 공식 명칭에서 이들을 ‘손님’으로 대우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종범죄(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국가 차원에서 반성하는 독일답지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덜하다고는 하지만, 물론 오늘날 독일에도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경계해도 척결하기 힘든 것이 인종주의인 듯합니다.

# 스포츠 분야를 볼까요. 국가 단위 스포츠에도 ‘외국인 제도’가 있습니다. 독일 얘기가 나왔으니 독일 축구를 먼저 보죠. 분데스리가는 차범근이 뛰던 시절(1978~1989년)에는 ‘외국인 선수 2명 출전’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의 프로리그와 비슷하죠. 이어 1995년 ‘보스만 판결’ 이후 EU 회원국 출신은 독일 선수와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되었고, 2006년 이후에는 외국인 쿼터가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오히려 독일 국적 선수나 자국의 육성선수에 대한 의무보유 규정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전성기 독일의 축구전문지 <키커>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차범근의 모습.

#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국적 대신 홈그로운(Home Grown) 선수와 비홈그로운(Non-Home Grown) 선수로 구분합니다. 21세가 되기 전 영국이나 웨일스 소속 클럽에 최소 3년 이상 등록되었느냐가 기준입니다.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미국의 프로스포츠에는 외국인 선수 쿼터 제한이 없습니다. 드래프트와 비자 등 리그에 진입하는 절차만 있을 뿐입니다. 분명한 것은 전반적으로 선진 프로스포츠에서 ‘국적’의 중요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현재 한국에는 외국인 노동자(혹은 이주노동자)가 넘쳐납니다. 2025년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266만 명을 넘었습니다. 어림잡아 2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입니다. 이들이 없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참고로 2004년 작 ‘멕시코인들이 사라진 날(A Day Without a Mexican)’이라는 블랙코미디 영화가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하룻밤 사이 라티노들이 사라진다는 설정인데, 한마디로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한국 스포츠에도 흔히 ‘용병’으로 잘못 부르는 외국인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1983년 축구를 시작으로 농구, 야구, 배구 순으로 국내 프로리그에서 외국 국적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표 참조>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 타이론 우즈, ‘갓테임즈’ 에릭 테임즈(이상 야구), 데얀, 샤샤, 세징야(축구), ‘탱크’ 조니 맥도웰, 애런 헤이즈(농구), ‘가빈 장군’ 가빈 슈미트, 레오(배구), 몬타뇨(여자배구) 등 스타플레이어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죠.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들이 사라진 국내 프로스포츠 역시 상상하기 힘듭니다.

# 최근 대통령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서 일을 시켜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임금) 전부 다 (자국으로) 송금해 버리니까"라는 발언을 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발언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시위와 정부의 수습 등 파장이 일었죠. 그런데 이 논리를 스포츠의 외국인 선수에 대입해 보면 딱 들어맞습니다. 이주노동자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워낙 고액 연봉을 받는 까닭에 ‘자국 송금’ 비중은 이주노동자(약 50% 수준)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퇴출해야 할까요?

# 핵심은 국가 경제든 스포츠든 국내 거주 외국인은 계산기로 두드려 판단하는 이해타산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지금의 한국 경제와 스포츠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우리는 어려웠던 시절 선진국으로 노동자를 보내 돈을 벌어오던 나라입니다. 또 차범근,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류현진, 손흥민 등은 유럽과 미국에 진출해 돈도 벌고 국위도 선양했습니다. 현재 외국인들이 한국의 직장과 스포츠클럽에서 ‘코리안 드림’을 펼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노동력을 불렀지만, 찾아온 것은 사람이었다." 손님노동자 제도에 대한 독일 외교부의 기념자료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입니다. 손님에 대한 우리네의 인심이 야박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랬다가는 다른 나라들처럼 가까운 미래에 큰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미 손님대접을 잘 하고 있는 스포츠를 배우면 좋겠습니다.

지난 11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 후라도가 역투하고 있다. 후라도는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외국인선수는 이미 국내 주요스포츠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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