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바일 환경을 넘어 영화 산업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침체된 영화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더팩트>는 숏폼 성장의 배경부터 이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 숏폼과 영화 산업의 공존 가능성 및 앞으로 영화계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주로 15초에서 3분 사이의 짧은 세로형 영상을 가리키는 숏폼(Short-form)은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는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확산되고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재미와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 덕분이다. 이에 숏폼은 롱폼(Long-form) 중심이었던 동영상 시장에서 단순한 콘텐츠 장르를 넘어 핵심적인 영상 형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숏폼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방식부터 제작과 유통, 광고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언제 어떻게 등장해서 주요 플랫폼으로 확산됐으며 어떤 요인으로 콘텐츠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게 된 것일까.
숏폼의 역사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인이 6초 길이의 반복 재생 영상을 선보이며 짧은 영상도 독립적인 콘텐츠 형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어 2014년 뮤지컬리를 통해 음악에 맞춰 립싱크하거나 춤을 추는 짧은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이러한 숏폼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건 2016년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더우인을 출시하고 이듬해 틱톡을 선보이면서부터다. 이어 2018년 뮤지컬리를 통합하며 이용자 기반을 확대한 틱톡은 개개인에게 맞는 알고리즘과 세로형 영상 중심의 소비 방식을 앞세웠다.
특히 별도의 검색이나 팔로우 없이 화면을 위아래로 넘기는 것만으로 취향에 맞는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는 구조로 콘텐츠 소비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이용자가 직접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를 중심으로 숏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기존 영상 플랫폼들도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했다. 유튜브는 2020년 일부 국가에서 쇼츠를 선보인 뒤 2021년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사진과 이미지 중심의 소셜미디어였던 인스타그램도 2020년 릴스를 출시하며 영상 콘텐츠의 비중을 넓혔다.
유튜브는 기존 콘텐츠를 짧게 재편집하거나 쇼츠 전용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유튜브 생태계와 숏폼을 연결하는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이렇게 숏폼은 틱톡이라는 개별 플랫폼의 성공을 넘어 주요 플랫폼들이 공통으로 제공하는 핵심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 잡았고, 각 플랫폼은 기존 이용자 기반과 콘텐츠 생태계를 활용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숏폼의 영향력은 드라마와 영화 등 기존 영상 콘텐츠 산업으로까지 확대되며 제작 및 유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에서 먼저 성장해 글로벌 시장을 거쳐 국내에 상륙한 숏드라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서는 2018년 전후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세로형 마이크로드라마가 등장했고 회당 수십 초에서 수 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를 여러 회차로 연결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후 릴숏과 드라마박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중국에서 시작된 숏드라마 제작 및 유통 모델이 해외 시장에도 안착했다.
국내에서는 2024년 3월 폭스미디어가 국내 최초의 숏드라마 전문 플랫폼인 '탑릴스'를 출시했고 '나의 복수 파트너' '네 명의 남자를 획득했다' 등 자체 제작 오리지널 작품도 함께 공개하며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어 같은 해 스푼랩스의 '비글루', 왓챠의 '숏차'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 숏드라마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됐고, 왓챠도 숏차를 통해 '세상에서 제일 아픈 키스' 등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국내 숏드라마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기 국내 숏드라마 시장이 전문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2025년에는 기존 OTT 사업자까지 제작에 참여하며 시장이 한층 넓어졌다. 티빙은 같은 해 자치 기획 및 제작 숏폼 콘텐츠 '티빙 숏 오리지널'을 통해 '닥쳐, 내 작품의 빌런은 너야' '이웃집 킬러' 등 회당 1~2분 분량의 작품을 공개했다.
이는 기존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장면을 짧게 편집해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숏폼 형식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콘텐츠를 직접 기획 및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국내 숏드라마 시장은 해외 콘텐츠를 수입 및 유통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국내 플랫폼의 자체 제작과 기존 OTT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산업 영역을 형성했다. 웹툰·웹소설 등 기존 IP(지식재산권)와 국내 제작 인력을 활용해 한국적인 소재와 이야기 구조를 숏폼 형식에 접목하는 등 콘텐츠의 다양성도 넓어지고 있다.
숏폼의 성장은 단순히 영상 길이가 짧아진 데 따른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모바일 환경과 추천 알고리즘의 발전, 시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면서 콘텐츠를 직접 검색하고 선택하던 방식에서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받고 발견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이 바뀐 결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세 이상 6554명 가운데 숏폼 이용률은 58.6%로, 짧아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이용 이유로 꼽혔다. 유튜브가 2024년 공개한 자료에서도 쇼츠를 업로드하는 전 세계 채널 수가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숏폼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넘어 독자적인 제작·유통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드라마와 영화 등 기존 영상 산업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짧은 영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영화 산업에서도 극장 상영과 자체 제작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면서 숏폼이 기존 콘텐츠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며 "시청자들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콘텐츠를 시청하기보다 일상에서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바라봤다.
이어 "숏폼은 짧은 러닝타임과 빠른 전개, 높은 몰입도를 바탕으로 이러한 소비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라며 "단순히 영상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갈등과 반전, 감정적 보상을 제공하는 독자적인 서사 문법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과 제작·유통 환경의 변화가 맞물리며 독립적인 콘텐츠 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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