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경제] 매년 적자 프로야구단, 대기업이 놓지 않는 이유 (영상)


1200만 관중 열기 속 차가운 손익계산서
광고판 넘어 B2C 플랫폼·팬덤 락인(Lock-in) 전략으로

[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35.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상빈, 이환호, 유영림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합동>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선배! 최근에 흥미로운 수치를 봤는데요. 올해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직관한 총 관중 수가 작년보다 13% 늘어나면서 1200만 관중이라는 기념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한국 사람 4명 중에 1명은 올해 야구 경기를 직관했다는 말인데, 현재는 올 시즌 마지막 왕좌를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이죠?

한림>맞습니다. 티켓팅하는 것도 정말 어려워진 탓에 암표도 성행하고 직관을 가는 것조차도 버거워졌는데 1200만 명이나 경기장을 갔다고 합니다.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이고요. 특히나 현재는 가을야구, 즉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팬들한테는 가장 잠 못 드는 시기죠? 이제 곧 겨울인데도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선영>맞아요. 수치를 보니 한국 야구 열기가 새삼 대단한 게 느껴져요. 그런데 이번 주 '미스터리경제'의 주제는 이 뜨거운 야구 열기 뒤에 숨겨진, 대기업 구단주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한림>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론 관중이 꽉꽉 들어차니까 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곳들은 돈을 엄청나게 잘 벌 거라 생각하죠. 티켓값도 인당 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시대고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구단은 전부 대기업 계열사 형태로 운영되는데요. 이 구조 뒤에는 "매년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운영 적자를 보면서도 대기업이 절대 야구단을 놓지 않는다"는 미스터리가 오랫동안 존재해 왔습니다.

선영>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잖아요. 1원이라도 손해를 보면 칼같이 사업을 접는데, 매년 그렇게 적자가 나는데도 왜 계속 쥐고 있는 거죠? 우승하겠다고 몸값 백억이 넘는 FA 선수까지 지르면서요.

한림>바로 그 지점입니다. 겉으로는 적자 규모에 눈물 흘리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회장님들의 계산기가 아주 바쁘게, 그리고 아주 이익이 남는 방향으로 두드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숨겨진 진짜 속사정을 오늘 추적해 봅니다.

선영>선배, 그런데 제가 이번 주 주제 준비하면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지난해 구단별 감사보고서를 확인해 봤거든요? 야구 인기가 폭발하면서 전체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 구단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나오더라고요. 롯데는 무려 160억 원대, 두산은 80억 원대 영업흑자를 기록했던데요? 올해는 관중이 더 늘었으니까 흑자 수치는 더 늘어날 테고요. 이제 적자 구단이라는 말은 옛말 아닌가요?

한림>오, 역시 경제부 기자다운 지적이네요! 실제로 티켓 판매 외에도 유니폼이나 굿즈, 먹거리 매출 등 부가적인 수익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자본이 설계한 장부상의 착시 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매출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수입'의 내막을 봐야 합니다.

선영>광고 수입이요? 야구장 펜스나 유니폼에 붙는 기업 로고 말씀이시죠?

한림>맞습니다. 구단 감사보고서를 상세히 쪼개 보면 전체 매출의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이상이 모기업과 그룹 계열사로부터 나오는 '계열사 광고 매출'이라고 하죠. 쉽게 말해, 일반 시장 가격대로라면 수억 원 가치에 불과할 광고 자리에 모기업이 '그룹 브랜드 홍보비'라는 명목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씩 단가를 높여 부풀려 쏴주는 구조입니다.

선영>아! 다른 기업에 팔았으면 그 돈을 절대 못 받는데, 모기업이 합법적으로 돈을 밀어주기 위해 광고비 단가를 높게 책정해 줬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림>명목은 '광고비'지만 본질은 사실상 모기업의 '우회 지원금'인 셈이죠. 실제로 이 계열사 내부거래 광고 매출을 싹 걷어내고 순수하게 야구 비즈니스, 입장권, 순수 외부 스폰서, 굿즈로만 손익을 따지면 자생할 수 있는 기업구단은 여전히 찾기 힘들다고 할 수 있죠.

선영>그렇다면 대기업 모기업들은 왜 이런 우회 지원 방식을 써가면서까지 매년 장부상 적자를 메워주고 야구단을 유지하는 걸까요?

한림>그게 이번 미스터리경제가 묻고 싶은 질문인데요. 첫 번째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의 홍보 효과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지상파나 메이저 언론사에 매일 저녁 CF 광고를 도배하려면 연간 수천억 원이 든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반면 야구단은 매년 프로야구 시즌 내내 스포츠 뉴스, 유튜브, 뉴미디어, 포털 메인에 그룹 이름이 끊임없이 노출되죠. 연간 수백억 원 수준의 구단 지원금은 대기업 입장에서 '가장 싸게 먹히는 최고 효율의 24시간 노출 광고판'인 겁니다.

선영>듣고 보니 광고비 대비 노출 효과만 생각해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비즈니스 모델로 야구단을 활용한다면서요?

한림>맞습니다. 과거의 야구단이 단순히 우리 그룹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일차원적인 홍보판이었다면, 현대의 야구단은 대기업들의 B2C(Business to business)를 위한 오프라인 플랫폼이자 거대한 실험실로 진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신세계그룹의 2021년 3월 SSG 랜더스, 옛 SK 와이번스 인수였죠. 인수 당시 정용진 구단주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야구장에 온 관객들이 우리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우리 멤버십을 쓰게 만들겠다."

선영>야구장에 모이는 수만 명의 직관 관중, 그리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수백만 명의 팬덤을 자사 유통망이나 계열사 생태계로 통째로 흡수하는 전략이군요.

한림>정답입니다. 이걸 경제학 용어로 '락인(Lock-in) 효과', 즉 고객 묶어두기 전략이라고 하죠. 일주일에 몇 번씩 야구 앱을 켜고, 주말마다 경기장에 찾아와 지갑을 여는 고관여 팬들은 대기업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초고품질의 타깃 고객들입니다. 야구 마케팅을 자사 쇼핑몰 혜택, 금융 상품, 멤버십과 연계하면 그 즉시 그룹의 실제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B2C 비중이 높은 모기업을 각각 둔 SSG 랜더스나 롯데 자이언츠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단이 그런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방산 중심의 한화도 보험이나 백화점, 리조트 등이 있고, 네이밍 스폰만 하고 있는 키움 역시 증권 앱이 있죠? 채널은 야구단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이 충분히 차고 넘치게 갖고 있습니다.

선영>게다가 구단주들의 정무적 판단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 임직원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무형의 자산까지 고려될 수 있겠네요! 매년 발생하는 장부상 적자는 기업 회장님들에게 아깝지 않은 미래 투자 비용이 되겠군요.

한림>맞습니다. 결국 기업이 야구단을 절대 놓지 못하는 건 장부상 적자보다 야구단을 통해 얻는 수치로 잡히지 않는 무형의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야구 열기가 지금처럼만 뜨겁다면 말이에요.

선영>언뜻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였던 프로야구단 운영 이면에는 겉으로는 손해 보는 척하면서 뒤로는 철저하게 실속을 챙기는 대기업들의 속내가 숨어 있었네요.

한림>그렇습니다. 구단은 또 매년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장부상 이윤이 남아야 하는 선수나 코칭스태프 등 전력 보강이나 시설 투자 등에 임하겠지만 야구장을 가득 채우는 1200만 관중의 뜨거운 함성과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만큼은 그 어떤 장부로도 계산할 수 없는 순수한 열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 역시 마지막까지 멋진 명승부를 보여줄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선영>맞습니다. 저희 미스터리경제도 현장에서 더 날카로운 눈으로 자본의 진실을 쫓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각자 응원하는 팀의 올 한 해가 어떠셨을까요?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시고요.

한림>한국시리즈까지 끝나면 이제 선수 이동이 일어나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될 텐데, 아마 '구단주님 제발 모 선수 사주세요'라는 글들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합동>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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