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최종면접'에 뛰어든 지원자들의 숨겨진 비밀이 담긴 봉투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이 판을 설계한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로맨스와 사회적 메시지가 갑작스럽게 더해지면서 팽팽하던 긴장감은 점차 힘을 잃고 공들여 쌓아 올린 이야기의 몰입도마저 무너지고 만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최종면접'(감독 김정훈)은 최종면접장에 모인 6인의 지원자들이 각자의 폭로가 담긴 의문의 봉투를 발견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소설 '여섯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을 원작으로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던 2020년, 글로벌 IT 기업의 공개 채용에 수많은 취업 준비생이 몰린 가운데 6명의 지원자가 5000: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면접에 오른다. 이들은 다 같이 입사 동기가 되자는 부푼 꿈을 안고 한 달간 팀 토론을 준비하지만, 제한 시간 2시간 동안 지원자들이 단 1명의 합격자를 뽑으라는 과제를 받는다.
이들은 30분마다 투표를 진행해 최다 득표자를 최종 합격자로 선정한다는 나름의 공정한 규칙을 세우고, 관찰 카메라의 압박 속에서 합격자를 가려내기 위한 치열한 토론과 투표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중 각자의 이름이 적힌 의문의 봉투를 발견하고, 이를 하나씩 열 때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던 최종면접은 걷잡을 수 없는 폭로전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함께 입사 동기가 되기를 꿈꾸던 면접 준비 시절부터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게 되는 최종면접까지의 과거와, 그로부터 6년이 흐른 뒤 당시를 함께했던 이들의 인터뷰가 담긴 현재를 계속 교차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의문의 봉투를 그곳에 놓아둔 이는 누구이고 최종면접의 합격자는 누구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우선 추리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는 만큼, 사건의 범인과 최종 합격자가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확실하다. 또한 달의 뒷면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한편, 진위조차 불분명한 단편적인 정보를 섣불리 진실로 받아들이고 눈앞에 드러난 사실 너머의 맥락을 살피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이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여섯 명의 지원자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의 절박함은 물론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나라면 한 발짝 떨어져서 진실을 찾으려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여기에 그동안 스크린에서 잘 보지 못했던 신선한 얼굴들의 개성 넘치는 앙상블이 더해지니 작품의 매력은 배가된다.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온 신승호는 듬직함부터 억울함과 분노 등 폭로 앞에서 격해지는 감정을 폭넓게 그려내고, 강유석은 특유의 서글서글한 인상 뒤에 감춰진 예상 밖의 얼굴을 인상적으로 드러내며 긴장감을 책임진다. 배강희는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곽동연이다. 어딘가 겉도는 듯한 태도로 모두가 화기애애한 순간에도 날 선 분위기를 만드는 전요한 역을 맡은 그는 혼자서만 다른 마스크와 더러운 안경 등 독특한 외적 스타일링으로 캐릭터의 개성을 단번에 각인시킨다. 또한 인물의 비밀이 드러난 뒤 진실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호흡과 턱의 떨림까지 표현하며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다만 이러한 재미와 매력은 영화가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점차 힘을 잃고 만다. 밀폐된 면접실을 벗어나 한진우(김재원 분)의 현재가 드러나고 그와 문혜인(조이현 분)의 관계가 찰나의 감정이 아닌 본격적인 로맨스로 확장되는데, 이 부분이 추리 서사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한 채 겉돌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사건의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짜릿한 반전이 아닌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장르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배우의 역량 때문인지 대사 자체의 한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품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조이현과 김재원의 활약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이현은 관객의 의심을 유발해야 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단조로운 표정과 절제된 감정 표현에 머물며 인물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김재원은 오글거리는 대사를 끝내 자신의 것으로 내뱉지 못하며 어색함을 더한다.
이렇게 '최종면접'은 충무로의 신예들이 빚어내는 신선한 시너지와 추리물 특유의 긴장감으로 흥미를 자극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의 방향성이 모호해지면서 부족한 뒷심을 드러낸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7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