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우리 대표팀의 등번호 7번 유니폼을 반납할 때가 됐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포르투갈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23년간 입어 온 유니폼을 이제 다음 세대에 넘겨주겠다고 했다. 동료와 감독, 의료진과 장비 담당자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앞으로는 포르투갈의 승리를 응원하며 특유의 ‘시우’ 세리머니로 함께 기뻐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마데이라에서 공을 쫓던 소년이 대표팀을 떠나며 고른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의 골보다 포르투갈의 다음 승리였다.
호날두가 남긴 기록은 그 편지의 무게를 말해 준다. 2003년 18세에 데뷔해 A매치 234경기에서 146골을 넣었다. 남자 A매치 출전과 득점 모두 세계 최다다.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에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안겼고, 2019년과 2025년 네이션스리그 정상에도 올랐다. 월드컵에는 2006년부터 여섯 차례 연속 출전해 매 대회 골을 넣었다.
그런 7번의 작별을 보니 한 달 전 아르헨티나의 10번이 떠오른다. 리오넬 메시(39)의 마지막 A매치가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전반 10분 경기가 잠시 멈췄다.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메시는 베냉전에서 1골 2도움으로 3-0 승리의 세 골에 모두 관여했다. 종료 휘슬 뒤에는 상대 선수들까지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다. 21년간 208경기에서 126골을 넣고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안긴 선수에게 팬들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연속 발롱도르를 나눠 가졌다. 메시는 통산 8회, 호날두는 5회 수상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 축구의 정상을 나눠 가졌지만 대표팀을 떠나는 장면은 달랐다. 메시가 고별전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동안, 호날두의 은퇴 발표에는 대표팀에서 벌어진 갈등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호날두는 출전 문제를 두고 조르제 제수스 감독과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했고, 감독은 출전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고 했다. 호날두는 허가 없이 대표팀 캠프를 떠난 뒤 사과했다. 포르투갈축구협회는 자격정지 30일과 벌금 255유로를 부과했다. 협회는 은퇴 발표 뒤 그의 공헌에 감사를 표했다. 팀의 규율을 세우는 일과 23년의 헌신을 예우하는 일은 함께할 수 있다.
시경 ‘대아’의 ‘탕’에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이라는 구절이 있다. 시작은 누구나 하지만 끝을 잘 맺는 이는 드물다는 뜻이다. 축구 선수에게 그 어려움은 은퇴 발표보다 일찍 찾아온다.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이 있던 선발 명단에 후배의 이름이 오르는 날이다. 감독에게 결정의 이유를 묻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그 대화를 마친 뒤에도 동료 곁에 남아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후배들은 지켜본다. 감독에게도 달라진 역할을 선수에게 직접 설명할 책임이 있다.
유로 2016 결승에서 호날두는 부상으로 전반에 물러났다. 그날 포르투갈의 우승을 결정한 골은 에데르가 넣었다. 호날두도 터치라인에서 동료들과 그 골을 맞았다. 이제 그는 포르투갈의 다음 승리에도 ‘시우’로 화답하겠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이 입었던 7번을 달고 뛰는 후배가 골을 넣을 때, 호날두가 관중석에서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박수는 146골을 넣은 선수가 다음 세대에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인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