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라며, 왜 이렇게 커?”…부산까지 달려본 JCW 컨트리맨 [오승혁의 팩트 DRIVE]


장거리 오가며 살펴본 주행 감각
넉넉해진 공간에 운전 재미까지…연비·승차감은 호불호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장거리를 왕복하며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을 면밀하게 살펴봤다. /부산=오승혁 기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할 ‘진짜 팩트’는 드물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대중의 궁금증을 푼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지양한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부산=오승혁 기자]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최백호 '부산에 가면' 中)

왼편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오른편으로는 빽빽한 마천루가 스쳐 지나가는 부산 광안대교를 달렸다. 도심의 정체와 해변가 도로의 관광객 행렬을 지나면서도 운전대를 쥔 손끝에는 지루함 대신 팽팽한 긴장감과 재미가 먼저 남았다.

이번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만난 차는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다.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톨게이트를 지나 부산으로 향하는 길고 긴 고속도로, 그리고 부산 도심의 급경사와 해안도로를 거침없이 함께 달렸다.

MINI하면 으레 작고 통통 튀는 악동 같은 차를 떠올린다. '척추 파괴자' '허리 브레이커'라는 악명이 온라인 상에서 널리 퍼졌을 정도로 노면이 그대로 느껴지는 거친 승차감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컨트리맨은 MINI 배지를 달고 패밀리 SUV의 실용성을 원하는 운전자를 겨냥한 차다. 여기에 과거 몬테카를로 랠리를 제패했던 레이싱 거장 존 쿠퍼의 이름을 딴 'JCW(John Cooper Works)' 엠블럼이 더해졌다. 차체는 부쩍 커졌는데, 과연 MINI 고유의 날것 그대로인 운전 재미까지 몸집을 따라 커졌을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는 미니라는 이름에 비해 큰 체격을 가졌다. /부산=오승혁 기자

- 커진 MINI, 운전하는 재미도 그대로일까?

부산 도심과 해변도로를 오가며 마주한 컨트리맨은 겉모습만 불려 놓은 무늬만 미니가 아니었다. 껑충해진 전고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 휠을 꺾는 순간 앞머리가 민첩하게 파고드는 반응은 영락없는 MINI 가문의 혈통이었다.

흔히 MINI를 논할 때 빼놓지 않는 단어가 ‘고카트 필링’이다. 노면에 바짝 붙어 바퀴 굴러가는 궤적이 손바닥과 엉덩이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 직관적인 맛이다.

컨트리맨 JCW는 덩치를 키운 SUV이면서도 그 고카트의 맛을 타협 없이 욱여넣었다. 3도어 해치백의 면도날 같은 날렵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너를 돌아나갈 때 좌우 롤링을 단단하게 억제하며 네 바퀴(ALL4)가 아스팔트를 움켜쥐는 그립감은 동급 일반 SUV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쾌감을 준다.

물론 이 '재미'는 양날의 검이다. JCW 특유의 단단하게 조여진 서스펜션은 노면의 요철과 패인 곳을 여과 없이 운전석으로 쏘아 올린다. 요철을 부드럽게 뭉개고 지나가는 컴포트 성향의 패밀리카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이 솔직한 피드백이 다소 거칠고 피로하게 다가올 수 있다.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의 2열 모습. /오승혁 기자

- 뒷좌석에 앉은 사람도 즐거울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800km가 넘는 장거리를 달리며 2열의 거주성과 승차감을 함께 살폈다. 컨트리맨은 혼자 타는 드라이빙 머신을 넘어 뒷좌석 탑승자까지 고려해야 하는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실내에 오르면 공간만큼은 이전 세대 미니를 완전히 잊게 만든다. 2열 무릎 공간(레그룸)과 머리 공간(헤드룸) 모두 기대 이상으로 쾌적하다. 전장 4445㎜, 전폭 1845㎜, 전고 1645㎜에 휠베이스는 2690㎜다. 기아 2026년형 셀토스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폭이 각각 15㎜씩 더 넓고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체급상 소형 SUV의 한계를 벗어나 준중형급 거주성을 확보했다.

넉넉한 공간이 안락한 승차감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탄탄하게 조여진 하체 탓에 고속도로 교량 이음매나 요철을 지날 때 후륜 쪽에서 튀어 오르는 잔진동이 2열 시트로 꽤 선명하게 전해진다. 멀미에 민감한 아이나 부모님을 태우고 장거리를 달려야 한다면,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반드시 2열에 가족을 앉히고 과속방지턱을 넘어보는 실전 검증이 필수다.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 원형 디스플레이 화면 /오승혁 기자

- 동그란 화면, 예쁘기만 한 건 아닐까?

운전석에 앉으면 가운데 자리 잡은 원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 실내에서 익숙하게 보던 네모난 화면과는 다른 인상이다. 실내의 여러 요소를 복잡하게 늘어놓기보다 커다란 원을 중심에 둔 구성이 MINI답다.

처음에는 이 독특한 형태가 실용성보다 디자인을 앞세운 선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을 경험하며 화면을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졌다. MINI의 실내가 주는 개성을 만드는 동시에 운전 중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살펴보는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행 모드를 바꾸면 화면과 실내 분위기도 달라진다. 같은 차 안에서도 선택한 모드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운전하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도로와 기분에 맞춰 차의 성격을 바꿔보는 과정이 단순히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기능이 화면에 모여 있는 만큼, 자주 쓰는 기능을 얼마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지는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과 운전 중 조작 방식이 손에 익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 운전이 즐겁다면, 연비 아쉬움도 감수할 만할까?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내내 가장 신경 쓰였던 숫자는 바로 연료 게이지였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펀치력은 일품이었지만,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유류비 영수증은 꽤 묵직했다.

앞서 차체 크기 비교 대상으로 꼽았던 기아 셀토스(1.6 가솔린 터보 2WD)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2.8㎞ 수준이다. 반면 300마력대 고성능 엔진과 사륜구동(ALL4)을 얹은 2026년식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0.0㎞(도심 9.0㎞, 고속 11.6㎞)다.

비슷한 덩치의 국산 소형 SUV나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연비 감각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이 차이가 피부로 확 와닿는다. 실제로 고속도로 정속 주행 비중을 높이고 효율 주행 모드인 '그린(Green)' 모드를 섞어 달렸음에도, 가속 페달을 몇 차례 깊게 밟거나 오르막을 치고 나가면 트립컴퓨터 속 실연비는 금세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고성능 터보 엔진 특성상 권장되는 고급유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하는 수고까지 더해지면 실질적인 유류비 부담은 더 커진다. 기름값 걱정 없이 경제적으로 장거리를 오가야 하는 실용파 운전자라면 구매를 망설이게 될 지점이다.

-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작은 MINI의 개성은 좋지만, 좀 더 큰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컨트리맨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SUV의 쓰임을 원하면서도 운전대 너머로 느껴지는 MINI의 분위기와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경우다.

반대로 연비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 차의 스포티한 성격을 충분히 경험한 뒤 결정하는 게 좋겠다. 운전석에서 마음에 들었던 감각이 동승자에게도 같은 만족을 줄지는 직접 확인해야 한다.

부산의 바다와 건물들 사이를 지나며 다시 생각했다. 차를 고를 때 우리는 목적지에 얼마나 편하게 도착할지만 따지기 쉽다. 하지만 어떤 차는 목적지로 가는 시간 자체를 기다려지게 만든다.

더 MINI JCW 컨트리맨 ALL4는 그 시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차였다. 커진 차체 안에서도 MINI를 운전하는 재미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직접 운전대를 잡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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