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격앙된 79분 최후진술…내년 1월26일 선고


변호인단, 4시간반 최종변론…"곽종근·조지호 진술 못 믿어"
윤석열 "술 취하면 한 말도 기억 못 해"…계엄 모의도 부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몇 시간 만에 해제된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더팩트 | 정예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79분간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닌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였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6일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지난 4월27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지 192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79분가량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주권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였을 뿐 국헌문란의 목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장기집권을 위한 친위 쿠데타가 아니라고 반박할 땐 목소리를 높이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폭정으로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가 불가한 상황에서 '현재의 헌법'을 지키고 수호하려 한 것"이라며 "국회의 정치적 통제를 수용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내란죄로 몰아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나 선관위 같은 헌법기관을 무력화시킨 사실이 없다"며 국회를 장기간 봉쇄할 계획이나 능력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제기한 친위쿠데타 의혹을 두고는 "하루도 유지되지 않은 계엄으로 장기집권을 위한 친위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으며 국가 장악을 위한 계획을 세운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엄 사전 모의 의혹도 거듭 부인했다. 특검은 2024년 3월부터 11월까지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술자리와 만찬을 가지며 '비상대권'을 언급한 점을 근거로 사전에 계엄을 모의하고 가담자들을 포섭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술에 취해 비상대권을 언급했더라도 이를 계엄 모의나 가담자 포섭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술에 취해 비상대권을 언급했더라도 계엄 모의나 가담자 포섭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발언은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계엄 선포 전 관련 논의는 김 전 장관과만 했을 뿐 군 지휘관들을 사전에 포섭한 사실은 없다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4시간27분 동안 진행된 최종변론에서 1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조 전 청장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각각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국회 출입 통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조 전 청장 스스로도 2차 국회 통제는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 경찰 내부의 포고령 검토에 따른 조치였다고 진술했다"며 "자신이 결정한 국회 통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우려돼 위로는 대통령에게, 아래로는 부하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삼회 전 육군 제2기갑여단장(준장)을 비롯한 전직 군 간부 8명과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전 여단장 등은 내란 가담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았고, 박 전 본부장은 정치인 체포 목적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이같은 판결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의 최후진술로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월26일 오후 2시30분에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6번의 준비기일과 28번의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동안 새롭게 심리된 내용이 많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결심한 시점은 선포 이틀 전인 12월1일로 판단하고,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란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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