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성호 기자] 철강 업계가 탈출구 없는 기나긴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철강 산업의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상 포함과 'K-스틸법' 후속 입법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 측 반응은 미온적인 상황이다.
업계는 미국의 관세 직격타를 맞으면서도 장시간 버텨온 만큼 국가가 나서 세제 혜택 등을 마련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판 IRA인 '국내생산세액공제'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한 품목 선정을 위해 자동차, 철강, 이차전지 등 각 분야 기업을 만나며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경제 안보 및 국가 전략 산업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을 논의 중인 세제 감면 제도다. 현재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AI로봇부품 등 6개 분야를 지원 대상으로 발표했다가, 일부 업계의 반발에 지원 대상도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철강 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에 철강 분야도 포함해 달라는 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조업 핵심 기반인 철강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자, 정부에 이어 국회에 도움을 호소했다는 분석이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철강 업계가 지원을 요청한 건 그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철강 업계는 현재 기나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건설 경기 성장이 둔화하면서 철강 수요가 줄었고, 중국 기업들이 저가에 자국 철강을 수출하자 국내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조강생산량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 이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6월부터 수입산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올해부터 쿼터를 초과하는 수입 철강에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국내 철강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 2023년부터 꾸준히 우하향 중이다.
현대제철과 2023년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현대제철은 지난해 2000억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냈고, 같은 기간 동국제강의 영업이익도 2400억원대에서 600억원대로, 세아제강의 영업이익도 4분의 1로 줄었다.
그나마 철강과 함께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포스코홀딩스만이 영업이익 감소 폭을 다소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철강사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축소를 만회했다. 4분기에도 건설 경기 불황은 여전한 데다가, 관세 타격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철강사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현대제철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으로 공표돼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시급히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3분기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계획을 연기했다. 지속된 업황 부진 여파로 곳간이 텅텅빈 탓에 '저 PBR'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된 것이다.
철강 업계는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나서 국가 기간 산업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입 모아 말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국의 50% 관세 부과 등을 묵묵히 감내해 온 만큼,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철강 업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K-스틸법 발의 당시에도 철강 업계만을 위한 전기 요금 등 지원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한국판 IRA 품목을 재검토하면서 6개 분야 외 추가 품목을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철강은 여전히 논의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악경기 속에서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지만 이 상황에서도 수출품을 위해 희생해 온 품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출입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소재사에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국내 공장 이곳저곳이 문을 닫고, 관련 구성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