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대전·충청 지역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자 10명 중 8명은 피해를 참고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침묵한 이유는 신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신고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전여민회 고용평등상담실은 5일 대전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대전·충청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대전·충청 지역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실효성 있는 예방과 피해자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박민정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10명 가운데 91명(29.4%)이 최근 3년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 피해자의 79.8%는 참고 넘겼고, 공식 신고·상담은 9.0%에 그쳤다. 행위자는 상급자(76.4%)와 사업주·대표(18.0%)가 대부분이었다.
신고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27.9%)였고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24.4%), '불이익이 걱정돼서'(18.6%)가 뒤를 이었다. 기관을 몰랐다는 응답은 4.7%였다.
조직문화에 따른 차이도 컸다. 위계적·성차별적 문화가 강한 직장일수록 피해 경험률이 높아 집단 간 경험률은 2.4%에서 70.5%까지 벌어졌다. 예방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의 경험률(57.5%)도 교육을 받은 집단(23.4%)보다 높았다.
박 연구위원은 "한 시점 조사인 만큼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형식적 교육을 넘어 사업주·관리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지현 대전시노동권익센터장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나 상급자가 행위자인 경우 내부 문제 제기가 어렵고 피해자가 일터를 떠나는 것으로 사건이 끝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찾아가는 대면 예방교육 확대와 노동행정·지자체·민간 기관의 지역 대응체계, 외부 익명 상담창구 확대를 제안했다.
최영연 법무법인 '여는' 공인노무사는 조력을 받기 어려운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계약 갱신 거절 등을 우려해 신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행정기관이 사업주의 표면적 사유에 기대어 불리한 처우를 판단하는 관행을 비판하고 프리랜서·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법적 보호가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봉수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 이아람 세종직장맘지원센터 팀장도 노동행정의 역할, 현장에서 작동하는 예방체계, 일·돌봄과 직장 내 차별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사업주와 관리자에 대한 책임 강화 및 사건처리 역량 제고 △위계적·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과 사례 중심의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 △피해자 비밀보장, 불이익 방지, 2차 피해 예방조치 강화 △외부 익명 상담·신고 및 법률·심리 지원체계 확대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 지원 강화 △대전·세종·충남·충북의 공동 실태조사 및 노동행정·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 협력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대전여민회 고용평등상담실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신고하라고 하기 전에 신고해도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업주와 노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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