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중앙행정기관 31곳 공무원 5460명의 세종 이전을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공무원들의 주거대책과 사전 소통, 불필요한 업무관행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6개 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하는 과천시와 시민, 이전대상 기관 공무원들은 사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했다며 성토했다.
행정안전부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는 2차 행정기관 이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논의됐다.
발제자들은 2차 이전이 단순 통근비나 이사 지원을 넘어 이전 대상 기관 공무원들의 정주 여건을 확보하고 교육 특구를 조성하는 등 세종시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회 업무의 비효율이 대표적"이라며 "대정부질문에서 예상 질문을 받을 때까지 공무원들이 밤샘대기하는 불필요한 관행을 최소하고 현장방문 등 전시성 행정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출장 절차 중에서도 간소화한 사례를 발굴해서 출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등 업무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행정기능을 세종으로 집중시킬 필요는 없다"며 "현장집행과 대국민 서비스 기능은 국민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공무원의 정주 여건은 단순 복지문제가 아니라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정책 역량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봐야 한다"며 "전문 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준형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1차 행복도시를 조성할 때 실시했던 특별공급도 다시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투기 수단으로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퇴직 후 일정기간 이내 전매 금지 등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인 만큼 과감하게 세종시에 교육특구를 지정해서 수도권 못지않은 우수한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이전을 강제하고 있는데 행정기관 이전과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한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며 "충청유니버시아드가 끝나는 시점으로 이전 시점을 조금만 늦추면 선수촌 일부를 이전하는 공무원들의 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소재한 과천시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2014년 주요 부처가 과천을 떠나면서 정부가 발표한 원칙 중 하나가 과천은 행정기능을 유지해주겠단 내용이었다"며 "이번 이전으로 6개 주요 부처가 다 떠나면서 이제는 그 기능마저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를 일방적이고 과천과 한 마디 협의없이 발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시민들도 공청회 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세종 이전 반대 집회를 벌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부 시민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를 옮기기 위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 당시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에 해당하므로 수도를 옮기려면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내린 위헌 결정을 근거로 공청회와 2차 행정기관 세종 이전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다른 기관들이 만약에 빠져나가면 뭘 채워주느냐라고 하는데 일단 채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며 "(과천의) 행정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목표인 만큼 기존 과천청사의 활용 방안도 찾겠다"고 해명했다.
헌재의 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두고는 "당시 헌재 판결문에 대통령실과 국회가 있는 곳이 행정수도이고 다른 기관이 꼭 수도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주거 대책 마련 요구를 놓고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범정부 이전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세종시 이전 수요와 가족 동반 여부, 주거 형태 등 다양한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며 "중장기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세종시에 연차적으로 6만2000호 정도의 주택 공급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공청회와 온라인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하고, 관계 기관 협의와 대통령 승인 등을 거쳐 이전계획 변경을 고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