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다빈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12·3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을 두고 "법률가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적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부장판사)는 3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장관 측의 최후변론이 진행됐다.
김 전 장관 측은 "원심에서 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 법률 검토가 전무했다는 점을 들었다. 검토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직접 했다"며 "사법시험 합격 후 검찰총장도 지낸 법률가인 윤 전 대통령의 헌법적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 것이 팩트다. 행위 당시 신뢰 구조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메시지성 계엄'이라는 주장도 반복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에 이르지 않았다. 계엄 당일 발포나 체포·구금, 사망자나 사상자, 포고령에 따른 처분 등 단 한 건도 없었다"며 "22회에 걸친 연쇄 탄핵소추권 남용과 예산 감액 등의 상황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인식을 윤 전 대통령과 공유했다. 국헌문란 목적이 아니라 위기에 대한 경고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은 따로 판단돼야 한다. 목적은 동정 파악이었다"면서 "국회에 간 병력의 임무는 시설을 지키고 통제하는 것이었을 뿐 국회 기능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실탄도 지급하지 않았고,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규모로 250명만 국회에 투입했다. 계엄 해제도 2시간30분 만에 의결돼 병력을 즉시 철수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이 혼잡스러웠던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결 때문이지, 병력의 위력으로 평온이 깨진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일부 국회의원이 월담을 한 것도 인파로 출입문에 다가가기 어려웠기 때문에 경찰이 현장 질서 유지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에겐 사형을, 김 전 장관에겐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원심은 내란의 전모를 남김없이 밝혀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며 이들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2월19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8년이 내려졌다. 조 전 청장은 징역 12년, 김 전 서울청장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주요 인사를 체포해 국회를 장기간 마비시키기 위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이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 수단을 통해 국회를 무력화하려 하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내란죄가 성립된다고도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었을 뿐 내란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피고인 신문에서도 "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으로 국정 운영이 마비된 상황에서 비상계엄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국회를 무력화하거나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킬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재판부가 '비상계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대상과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묻자 "개략적으로 40만~50만명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 세력이 없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과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노리는 세력이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2월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는 등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주요 정치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을 체포·구금하려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오는 5일 윤 전 대통령 측 최후변론과 각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들은 뒤 선고기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이르면 연내 내란 사건에 대한 2심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