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026년 K리그2에서 잇따라 불거진 사태는 시·도민구단의 방만한 운영과 부실한 재정 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충남아산 등에서 급여 미지급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올해는 김포FC에서 80억 원대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졌고 파주에서도 파행적인 구단 운영으로 선수들에게 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지자체 예산에 크게 의존하는 구단들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구단에서는 40~50명에 달하는 선수단을 운영하면서도 안정적인 재정 수입 확보에는 소홀하고, 부족한 운영 자금을 지자체의 추가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운영 관행과 재정 통제 부실은 개별 구단을 넘어 리그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다가올 내년 시즌이다. K리그2 흥행의 핵심 축이었던 수원 삼성의 K리그1 승격이 가시화되고, 관중 동원력이 높은 상위권 구단들의 승격 가능성도 커지면서 2부 리그는 이른바 '흥행 고립'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수원 삼성은 원정 경기에서도 상당한 관중을 끌어 모으며 상대 구단의 관중 동원과 경기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쳐 왔다. 이 같은 효과가 사라질 경우, 원정 팬의 유입에 기대온 구단들은 자체 관중 동원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다. 수원전의 흥행 효과가 리그 전체의 안정적인 관중 기반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제는 각 구단이 지역 팬덤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 1부 리그 확대가 부른 'K리그2 고립'과 연맹의 책임론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책임 또한 무겁다. 1부 리그의 외형을 확대하고 지자체의 승격 요구를 수용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정작 2부 리그의 흥행 기반과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할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원정 관중의 유입과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K리그2의 자생력은 물론 지속 가능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관중 동원력이 높은 구단들의 승격이 이어질 경우, K리그2의 관중 감소는 물론 리그 전체에 대한 미디어 관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연맹의 대응이 충분했느냐는 점이다. 리그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2부 리그의 흥행 기반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대책도 함께 마련했어야 했다. 1부 리그의 외형 확대에 집중하는 동안 K리그2의 자생력 확보와 재정 통제를 위한 안전장치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됐는가. 아직까지 흥행 위축과 재정 부담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공백이 지속된다면 일부 구단의 부실한 운영은 개별 구단의 문제를 넘어 리그 전체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 원정 관중에 기댄 흥행, 지역 팬덤으로 돌파구 찾아야
수원 삼성의 승격 이후에도 K리그2가 안정적인 관중 기반을 유지하려면, 원정 팬의 유입에 의존해온 기존 흥행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연맹과 구단들은 더 이상 원정 관중의 동원력과 지자체 예산에 기대는 안이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원정 관중의 유입 감소에 대비해 각 연고지의 지역 팬덤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흥행 대책이 시급하다.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티켓 패키지,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밀착 마케팅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경기장을 꾸준히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맹 역시 K리그2가 1부 리그에 가려지지 않도록 전용 중계 시간대를 확보하고 중계 품질을 높여 미디어 노출을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연맹 배분금도 유료 관중 규모와 지역 마케팅 성과 등을 반영해 차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구단의 흥행 기반 확대 노력이 실질적인 재정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재정 통제와 독립적 감시 없는 대책은 사상누각
아무리 효과적인 마케팅과 흥행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재정 부실을 통제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단 규모와 인건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구단의 운영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흥행 성과 역시 임금 체불과 운영난 등의 문제 앞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연맹은 구단별 재정 상황과 선수단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등록 선수 인원 관리 기준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예산의 사전 심사와 임금 지급 능력 확인을 강화하고, 그 결과를 클럽 라이선싱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이 시급하다. 선수단 인건비를 수입의 70% 이내로 관리하는 현행 제도가 실질적인 재정 통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수입의 규모뿐 아니라 그 구성과 재원 조달 방식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지자체 보조금과 구단 자체 수입을 구분 없이 인정하면, 공공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단의 재정 상태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지원금의 인정 범위와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티켓·상품 판매 등 자체 수입의 확대 실적을 별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통한 분기별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승점 감점과 선수 영입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시민구단이 지자체 예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구단 수가 늘어나는 것은 리그의 성장이 아니라 재정 부담의 확대에 가까울 수 있다. 이제 K리그가 물어야 할 것은 '몇 개의 구단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구단이 있느냐'다.
◆ 승격 경쟁 넘어 자생력 갖춘 리그로
선수단 규모와 인건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K리그2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선수단을 과도하게 늘리면서도 출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운영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 선수단 규모를 합리화한다고 해서 베테랑이나 핵심 전력을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다. 경험 많은 선수의 리더십과 젊은 유망주의 성장 가능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선수단을 구성하고, 유소년 육성과 체계적인 선수 발굴이 선수의 성장과 이적료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승격이라는 조급한 목표 아래 지자체 예산으로 고연봉 선수를 영입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자생형 육성 리그'로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선수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소년 육성과 유망주 발굴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이적료 수익을 다시 선수 육성에 투입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인 승격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구단 스스로 경쟁력과 수익 기반을 키워나갈 때 K리그2의 장기적인 생존도 가능하다.
◆ K리그2의 지속 가능성, 이제 연맹의 책임이다
내년 K리그2는 지자체 재정에 의존하는 방만한 운영을 되풀이할 것인지, 아니면 자생력과 지역 팬덤을 갖춘 지속 가능한 리그로 거듭날 것인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연맹은 더 이상 개별 구단의 문제로 치부하며 사후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상시 점검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유료 관중 확대와 지역 팬덤 구축을 위한 지원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선수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소년 육성과 선수 발굴이 구단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리그 운영의 방향도 재정립해야 한다.
K리그2의 위기는 일부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 부실이 반복되고 흥행 기반마저 흔들린다면 리그 전체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 연맹에 필요한 것은 원론적인 대책이나 선언이 아니다. 구단의 부실을 사전에 막고, 각 구단이 재정적 자생력과 지역 팬덤을 키워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