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성호 기자] 전기차(EV)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EV 풀라인업 출시를 강행한 기아가 3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경신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 덕에 전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혔다.
기아는 향후 핵심 전쟁터가 될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 오는 2030년 전기차 판매 100만대 달성을 목표로, 일부 수익성 타격이 있더라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30일 3분기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판매대수(도매 기준) 84만 7355대 △매출 31조5974억원 △영업이익 1조8183억원 △세전이익(경상이익) 1조8222억원 △당기순이익 1조2855억원 등 3분기 경영실적(연결회계 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1% 증가했다.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 늘어나면서 외형도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24.3% 증가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 조정(25%→15%)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3560억원가량 늘었다.
기아의 3분기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84만7355대다. 이 가운데 국내 판매(14만1013대) 비중은 16.6%, 해외 판매(70만6342대)는 83.4%로 집계됐다.
소매 판매 지표인 글로벌 현지 판매 대수(82만9000대) 역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6.9% 증가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신차 부재 및 파업 영향 등으로 판매가 감소한 반면, 기아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국내에선 산업 수요가 10.7% 감소했음에도 소매 판매(14만1000대)가 2.2% 늘었다. 전기차와 셀토스 판매 호조에 실적이 개선됐다.
해외 판매는 △미국 23만4000대(7.8%↑) △서유럽 14만5000대(16.9%△) △인도 8만9000대(38.5%↑) 등을 기록했다.
이에 기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4%p 상승했다. 중국을 제외할 경우 올해 누적 점유율은 5%로 집계됐다.
판매 증가에 힘입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원자재가 상승 등 영향으로 3분기 기아의 손익 부담은 전년 동기 대비 6000억원 가까이 발생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7%p 상승한 5.8%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영향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8%로 전망된다. 관세 영향이 없더라도 과거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웃돌던 실적엔 못 미친다.
기아는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로 올해 연간 가이던스 달성이 불가능할 것임을 예고했다. 글로벌 판매 목표 335만대는 유지하되, 영업이익 목표(10조2000억원)는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 목표 달성은 유력하지만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측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기아는 최근 서유럽과 국내 등지에서 EV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인 인센티브(판매장려금) 확대 및 가격 인하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3분기 인센티브 등 지출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은 7270억원으로 책정했다.
기아는 이같은 EV 판매 확대 추진 전략은 중장기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인센티브 비용의 50%가 EV로 몰리고 있다. 수익성을 헤치면서까지 인센티브를 지불하는 게 맞냐는 의문도 있다"며 "하지만 과거 하이브리드차(HEV)도 마찬가지였다. 인센티브를 지불하며 HEV 시장을 키운 결과 지금은 내연기관(ICE) 못지않은 수익성 낸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EV를 포기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년까지는 이같은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며 2~3년 안엔 EV도 수익성을 낼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아는 국내와 미국 등지에서 고수익 차종인 HEV 판매를 확대한다.
국내에선 신차인 셀토스 하이브리드뿐 아니라 쏘렌토·카니발 등 주력 차종의 HEV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4분기에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신규 출시하고,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의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서유럽 시장에선 EV 풀 라인업을 선제 구축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올해 전체 기준으로 EV 판매를 지난해 대비 79% 늘리고, 전체 판매에서 EV 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도에선 셀토스와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로스 EV 등의 신차효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33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CEO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2030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영업이익률 10% 달성 목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승준 전무는 "EV 믹스와 원가절감 등이 개선되면 2030년 영업이익률 10% 달성은 문제없다"며 "지금 우리가 출시한 건 보급형 EV로 수익성이 낮다. 2030년까지 판매가 늘어나면 마진도 개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