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예은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김건희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가방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여사에게 건넬 가방을 직접 산 김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겐 무죄, 이 씨에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상 지위를 바탕으로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씨가 김 여사에게 건넨 가방도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금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대표 선출이 대통령의 헌법과 법령에 따라 관장하는 직무 자체는 아니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그러한 지위는 대통령의 직무상 권한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의원의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후보에게는 적대적 태도를 취해 당 내부에서 압박받게 하면서도 김 의원에게는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이 김 후보에게 우호적 입장을 갖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씨와 김 여사 사이에 특별한 친분이 없었던 만큼 가방 제공을 단순한 사회적 의례나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다만 김 의원이 가방 제공에 공모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가방과 함께 발견된 편지봉투에 김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고, 구매 대금이 김 의원 명의 계좌에서 결제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클러치백 전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나 경우의 수를 추론할 수는 있지만, 공모나 전달 관여 사실을 직접 인정할 객관적 증거는 없다"며 "이 씨가 남편의 관여 없이 직접 의원실 직원이나 측근에게 가방 전달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김 의원의 공모를 단정해 유죄 판결을 할 순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법원 판결로 밝혀졌듯 부정한 청탁을 할 동기도 없고, 한 적도 없다"며 "특검이 말도 안 되는 기소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일반 국민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한수 특검보는 "당대표 명의로 영부인에게 선물을 보내는데 당대표와 상의 없이 배우자 혼자 보냈다는 판결을 일반 국민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판결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살핀 뒤 항소심에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 부부는 지난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데 대한 보답으로 김 여사에게 267만 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에게 징역 1년, 이 씨에게 징역 6개월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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