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공직자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상호 존중을 토대로 한 공직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직자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하기보다 도민과 공직자가 서로 존중하고, 기관이 책임을 나누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기연구원은 29일 '공직가치의 진화: 수직적 책임에서 수평적 연대로' 보고서를 통해 시대 변화에 맞는 경기도 공직가치와 조직문화의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서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공직자는 2022년 45.2%로, 전년 33.5%보다 11.7%포인트 늘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2022년 조사에서는 MZ세대 공직자 10명 가운데 8명이 공직자를 경제적 편익을 추구하는 직장인으로 인식했다.
공직의 안정성과 사명감만으로는 달라진 공직사회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과 삶의 균형, 공정한 보상,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 등이 공직가치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공직가치가 시대에 따라 '목민의 시대'에서 '경영의 시대', '공복의 시대'를 거쳐 '동료 시민의 시대'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주민을 보살피고 이끌던 관계에서 주민을 고객으로 대하는 성과 중심 행정을 거쳐, 이제는 도민과 공직자를 동등한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공직자 전문성 강화 △도민과 공직자 간 상호 존중 제도화 △합당한 책임 원칙 확립을 꼽았다.
우선 임용 초기부터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인공지능(AI)으로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 현장 대응과 이해관계 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론화와 주민참여예산,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도민이 정책 설계와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에 공직자가 홀로 대응하지 않도록 기관 차원의 원칙을 마련하고,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공통된 민원 응대 기준을 세워야 하는 등 민원 대응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관리자의 역할 역시 지시와 감독을 넘어 실무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자치혁신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도민을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려면 공직자 역시 존중받는 동료로 인정해야 한다"며 "공직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민관 간 상호 존중을 제도화하는 한편, 개인의 인내에 의존하지 않는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도민 만족과 공직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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