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함께 지켜온 지혜… 문경돌리네습지, 전통지식의 가치 잇다


벼베기·전통농기구 타작한마당 개최
습지 보전과 전통농경문화의 의미 되새겨

문경시가 28일 문경돌리네습지 일원에서 벼베기 및 전통농기구 타작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문경시

[더팩트ㅣ문경=김성권 기자] 습지는 단순히 물과 생명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오랜 세월 자연의 변화를 읽고 그 환경에 맞춰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축적된 삶의 터전이다. 경북 문경돌리네습지에서 열린 벼베기와 전통농경문화 체험행사는 자연과 공존해 온 선조들의 전통지식이 오늘날 습지 보전의 중요한 자산임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문경시는 28일 문경돌리네습지 일원에서 대구지방환경청과 지역주민, 산북중학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벼베기 및 전통농기구 타작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친환경 벼 수확과 전통농경문화 체험을 통해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세대를 거쳐 이어져 온 전통지식의 소중함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경돌리네습지는 물이 쉽게 고이지 않는 석회암 지대에 형성된 독특한 습지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은 오랜 세월 물길과 지형을 활용해 벼농사를 이어오며 자연에 적응하는 지혜를 축적해 왔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환경의 특성을 이해해 삶의 방식에 반영해 온 것이다.

문경시가 28일 문경돌리네습지 일원에서 벼베기 및 전통농기구 타작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문경시

이 같은 전통지식은 오늘날 습지 보전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은 2020년부터 영농조합법인 돌리네마을 등 지역주민과 협력해 돌리네습지 내 휴경지 3,075㎡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있다. 농경 활동을 통해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농업 방식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낫으로 벼를 베고 전통농기구를 이용해 타작하며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읍실마을 생태관광협의체와 함께 전통 탈곡, 떡메치기, 짚신 체험 등도 진행했다. 단순한 농경 체험을 넘어, 과거 농촌의 생활방식과 노동의 의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를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수확한 쌀은 문경시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하고, 일부는 습지 야생동물의 겨울철 먹이로 제공한다. 수확의 결실을 이웃과 나누는 한편 야생동물의 생존까지 고려한 것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가치를 실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세계습지의날 슬로건인 '습지와 전통지식'의 취지를 지역 현장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습지 주변 주민들이 오랜 경험으로 쌓아온 지식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생활의 기술이자 생태계를 이해하고 보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지식이 단절되지 않도록 주민과 학생이 함께 배우고 체험하는 과정은 전통문화 계승과 생태교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문경시는 2025년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을 계기로 습지 보전과 지역 전통지식·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생태체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습지를 보호하는 일은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생활문화, 세대를 거쳐 전해진 지혜를 함께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김학홍 문경시장은 "돌리네습지는 문경의 자연과 선조들의 삶이 함께 깃든 소중한 공간"이라며 "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우리 고유의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시민 모두가 습지의 가치를 누리며 보전에 함께하는 문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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