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투자 결실, 주주에게…씁쓸함 남긴 '솔리다임 IPO 중단'


SK하이닉스, 키옥시아 투자 수익 대부분 주주와 공유
'솔리다임 몫도 주주에게 갈 수 있었는데' 아쉽단 평가도

SK하이닉스는 28일 키옥시아 투자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투자로 거둔 성과를 특별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한 가운데, 솔리다임 상장 무산을 둘러싼 아쉬움 섞인 반응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주주들이 누릴 수 있었던 중장기적 결실의 크기가 더욱 커질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328%, 632%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80%에 달했다.

더욱 주목받은 대목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60조원 규모의 파격적인 추가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점이다. 최근 완료한 40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비롯해 총 100조원 수준을 주주환원한다는 계획으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일본 키옥시아 투자 수익 결실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주주환원 재원(특별배당)으로 투입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의 결실을 자본시장에 확실하게 환원하겠다는 경영진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 키옥시아, 주주환원 선순환 입증 사례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3조원 이상(펀드 출자 2조3000억원·전환사채 1조원 등)을 투입하며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키옥시아의 도쿄증시 상장 추진과 지분 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세전 매각 차익은 약 2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이 중 80%에 해당하는 16조원가량이 이번 특별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 재원에 순차적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사례를 통해 증명한 주주 가치 극대화의 핵심 고리는 단순한 본업(D램·낸드) 영업이익 환원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과감하게 집행했던 글로벌 반도체 자산의 투자 가치가 상장 및 지분 정리를 통해 구체적인 수익으로 실현됐고, 이 자금이 곧바로 거대한 규모의 주주환원 재원으로 직결되는 '투자 선순환 궤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외연 확장을 통해 키워낸 자산의 가치를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 결실을 주주와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주주 가치 제고"라며 "이번 키옥시아 투자 수익 환원은 SK하이닉스 경영진의 주주 친화적 경영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미국 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솔리다임

◆ 해외 인수 기업이 쪼개기?

솔리다임 상장을 둘러싼 아쉬움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자 선순환 구조가 솔리다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간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출범시킨 솔리다임의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회수,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전략적 구상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다임의 경우, 물적분할로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쪼개기 상장(중복상장)'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과 같은 핵심 사업을 분할하려던 것이 아닌, 해외 기업을 인수한 케이스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자금을 조달해 해외 법인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경영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마사히로 와카스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선임 산업 애널리스트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나치게 엄격한 중복상장 제한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솔리다임 IPO를 통해 1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eSSD 생산 능력과 R&D에 투자하면 투자의 회수가 빠른 AI 메모리 특성상 회수 기간은 2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모회사인 SK하이닉스 역시 직접 투자 부담을 덜고 HBM 등에 자금을 집중할 수 있어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 중복상장 프레임이 가른 주주 가치

이에 정치권을 향한 지적도 나온다. 솔리다임에 대한 일률적인 중복상장 프레임을 씌워 낙인을 찍었고, 결과적으로 본질이 완전히 왜곡됐다는 이유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의 가치 실현 시도가 악행으로 내몰린 측면이 있다"며 "마녀사냥식 반대 여론에 밀려 솔리다임 상장 카드가 멈춰 선 형국"이라고 밝혔다.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차질 없이 추진돼 수익화 단계에 올랐다면 주주들이 누릴 수 있었던 중장기적 결실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게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솔리다임 상장 무산은 '향후 주주들이 누릴 수 있었던 거대한 가치 창출의 기회를 정치적 프레임이 차단해 버린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키옥시아 환원 사례가 보여주듯 해외 자산의 성과를 시장에서 회수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경영 행위는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구조"라며 "정치인과 기관장들이 표면적인 프레임에 갇혀 기업의 정당한 해외 투자 수익화 시도까지 낙인찍는 형태의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가 중단돼야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주주 가치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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