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등을 이유로 매월 2000달러의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보증금 일부 또는 전액을 돌려주지 않는 송출국의 제도를 두고 '인신매매성' 우려가 제기됐다.
금전적 제재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직장 이동을 제한하는 구조인 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관련 보증금 제도를 알고도 인권 침해 소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혀 관리·감독의 적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은 27일 고용노동부 종합국정감사에서 김영훈 장관을 상대로 비전문취업 (E-9)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금전적 제재 문제를 지적하며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송출국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으로 외국인노동자를 보내는 국가를 말한다.
신 의원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자국 정부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불법체류·무단이탈할 경우 매월 2000달러의 위약금을 부과해 왔다. 방글라데시는 입국 전 보증금을 예치하게 하고, 근무처 변경 등의 사유에 따라 50% 또는 전액을 반환하지 않는 제도를 운영했다. 지난 8월 성평등가족부에서는 이를 인지해 관련 법에 따른 인신매매 요건 중 '수단'에 해당하므로, 고용노동부에 신속한 조치 및 개선에 대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의 개선 요구에 따라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9월 사업장 변경 관련 서면동의 및 위약금 부과 등을 중단했고, 방글라데시는 보증금을 전액 반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개선 조치의 실제 이행 및 유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의원은 "직장을 옮겼다는 이유로 거액의 위약금을 물리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노동자를 특정 사업장에 묶어두는 경제적 강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인신매매성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보증금 환급에 필요한 '근로이력확인서'를 발급해 온 사실을 지적하며, 관련 제도를 알고도 인권침해 소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위를 문제 삼았다.
국감에 앞서 산업인력공단은 신 의원실에 관련 내용을 회신했다. 산업인력공단은 "인신매매성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밝혔으며, 보증금 환급을 돕기 위해 발급하던 근로이력확인서는 올해 4월부터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최근 5년간 외국인고용관리사업으로 1000억 원 넘는 수입을 올린 산업인력공단이 정작 보증금 제도의 인권침해 소지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해 김영훈 장관에게 "두 나라의 개선 조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른 모든 송출국에서도 이탈보증금 등 유사한 금전적 제재가 운영되는지 전면 조사해야 한다"며 외국인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