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국정감사에서 국민들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재조정 유예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비공개 원칙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유예 결정이 국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생계급여 등 각종 복지제도 지급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소득보다 낮게 정해져 지급 대상과 지원액이 축소됐다며 실측된 중위소득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등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 국내 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 국회 차원에서 계속 회의록을 요청했는데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로, 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판단에 넘기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내 노후자금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결정은 누가 어떤 근거로 했는지 묻고있다. 국민연금 주인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니고 평생 연금을 낸 국민이기에 정부는 답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26일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으면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는 리밸런싱을 6월말까지 유예했다. 자산군별 기준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벗어나면 매매를 통해 기준을 맞추던 규칙 적용을 연기한 것이다. 지난 5월 28일에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였다. 당시 1월에서 5월은 코스피가 상승하던 시기였다.
김 의원은 "원칙을 바꾼 결정에는 반드시 설명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국회에 비공개로 제출할수 있다.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조속히 공개해야한다"며 "회의록을 투자 비밀 등 이유로 미루면 국민들은 결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생각할수 밖에 없다. 정권 임기는 5년이지만 국민연금은 세대를 이어가는 약속"이라고 언급했다. 복지부에 당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 리밸런싱 유예 결정 관련 손익분석, 기금운용 독립성 강화방안 제출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비공개 사안이라며 회의록 제출을 거부했다. 정은경 장관은 "회의록은 국민연금 수익성, 안정성에 영향 미칠수 있어 비공개로 결정했다"며 "손익 분석 관련 리밸런싱 시뮬레이션은 변수가 많아 추정에 의해 가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민연금의 국내 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 결정에 대해 "정치적 이유로 기금용위원회에서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당인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4년간 공개할 수 없도록 한 법을 알고 있으면서 반복해서 회의록 공개를 요구해 유감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만희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은 "국민연금법 103조의2 제3항에 따르면 제2항인 4년 후 회의록 공개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요구할 경우 회의록을 비공개로 제출해야한다고 의무조항으로 돼있다"며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관련 국민적 의구심 풀어주는 자료 요구는 국정감사 방해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 "복지 지급 기준선, 실제 소득보다 162만원 낮아"...실제 소득 반영 요구
국정감사에서 생계급여 등 80여개 정부 복지사업의 수급 대상과 지원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가구 중위소득보다 162만원 낮아 대상과 지원 수준이 축소됐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저소득층 사회안전망인 복지 제도가 제역할을 하도록 정부가 실측치 기반 기준 중위소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중위소득과 실측되는 실제 중위소득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통계에 따른 실측치 바탕으로 현재의 정확한 근사치를 추정하려 노력하지 않아 기준중위소득 축소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가율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하는데 어떻게 조정하는지 깜깜이다. 기본증가율은 지난 3년간 소득 평균 증가율로 해야하는데 정부가 어떤 해는 그대로 적용하고, 다른 해는 70%만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법이 정한 원칙적 증가율 값을 지키지 않고 매년 임의로 기본증가율을 깎아내렸고 이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실측된 중위소득은 734만원인 반면, 정부가 정한 기준중위소득은 573만원으로 16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법상 실제 가구 소득과 최근 소득 증가율을 반영해 기준중위소득을 정해야 하지만 지난 6년간 1번을 제외하고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올해 축소된 기준은 다음 해 계산의 출발점이 돼 차이가 계속 왜곡되는 구조라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원칙대로 기본증가율을 반영했다면 2026년 기준 중위소득은 지금보다 111만원 이상 높아야 한다며 이 경우 생계급여 받을수 있는 가구가 5만 가구 늘어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정부는 3년 전 실측치 바탕으로 현재 정확한 값을 추정하려고 노력해야한다. 현행 산식과 회의 내용도 공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박 의원은 국정감사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중위소득을 법률상 산정 방식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하고,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을 고시할 때 실제 국민 소득과 차이를 공식 지표로 함께 공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인상률이 높아도 출발점이 낮으면 차이가 줄지 않는 만큼, 인상률보다 실제 국민 소득과 차이가 기준 중위소득을 관리하는 직접적 지표가 돼야한다는 의견이다.
정은경 장관은 "전반적 의사결정은 보도자료로 제공하지만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가 최근 변동성이 커 기준중위소득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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