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 문제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는 미국 측의 비자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이를 한미동맹의 이상 징후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는 29일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라며 정 의원의 비자 문제를 직접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국민의힘 소속 송석준 외통위원장이 이날 국감에서 북한의 군사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 의원의 미국 비자 문제를 거론하며 시작됐다. 송 위원장은 "한미동맹에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직전 여당 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이 미국 입국을 위한 비자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며 "바로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이번에 미국 비자가 거부된 것도 아니다. 불허도 허가도 아니고, 그냥 리뷰 중이라는 것"이라며 "미국 행정당국의 이런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비판하고 항의해야 하는데, 이것이 마치 한미동맹이 깨졌다는 식으로 우리 국익을 손상시키는 듯한 논란으로 이어진 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 의회 방문과 한미 우호 증진 활동 등을 소개하며 "이런 부분은 여야를 초월해서 초당적으로 미국에 항의할 내용이지 우리 정부를 공격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의원은 외통위 미주반 소속으로 미국 재외공관 국정감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출국을 앞두고 미국 비자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구주반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의 책임도 짚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비자가 거부되거나 보류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교부에서 적극적으로 의원 외교를 뒷받침해야 하는 만큼 응분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미국 측의 비자 처리 방식에 유감을 표하며 외교부를 향해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번 문제는 미국의 탓이지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미국의 조치에 항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장영달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거부 당시 외교부가 미 국무부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거론하며 국회의원 공무 방문을 위한 사전 비자 협의 절차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마침 제가 모레 미국에 가서 루비오 장관과 면담을 할 예정이니까 그때도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를 방문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루비오 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양자회담을 추진해 왔다.
조 장관은 정 의원의 비자 심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도 외교부 차원에서 이미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미국에 다시 한번 엄중하게 오늘 위원회에서 나온 말씀들을 전하도록 하겠다"며 국회의원 공무 방문을 위한 비자 협의 절차 개선에 대해서도 "미측과 긴밀히 협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의 비자 문제를 계기로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대미 투자 이행 방식,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 공유 논란 등을 거론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간 불협화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한미관계를 '터뷸런스'(turbulence·난기류)에 비유한 점과 강경화 주미대사가 백악관과의 고위급 소통에 어려움을 토로한 점을 언급하며 "양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동맹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데 외교 수장인 장관께서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조 장관은 "한미관계에서 자질구레한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한미관계가 파탄 났다는 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바로 어제 스틸 대사와 조찬을 하면서 '터뷸런스'라는 말을 꺼냈다"며 "비행기가 터뷸런스를 통과할 때는 시트(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더니 (스틸 대사가) 저와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관계에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이견은 잘 조율되고 있고 한미 간 기본적인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외교 전략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송 위원장은 북한의 군사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내부 움직임을 우려하며 안보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반면 차 의원은 "우리는 지금 북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지렛대를 잃었다"며 미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고려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지호 민주당 의원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많은 국가들과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 국가에 영향을 주려면 그 국가가 상호의존성을 맺고 있는 국가들과 우리도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중 교류 확대에 따른 대북제재 이행 문제도 제기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과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거론하며 북중 간 경제협력 확대가 대북제재 이행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신압록강대교 개통 다음 날인 지난 16일 촬영된 위성영상에서 트럭 약 70대가 오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차원에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중국 측 외교라인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점을 거론하며 북미 대화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조 장관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북미 대화를 앞두고 늘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에 대해서는 "중국이 그래도 대북제재의 큰 원칙은 훼손하지 않으려고 해왔다"면서도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중국도 압박을 받고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대한 지원을 좀 더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재외공관 직원의 과로사 의혹을 계기로 공관 내 인력 운영과 관리체계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24일 자택에서 숨진 주파푸아뉴기니 한국대사관 소속 박 모 서기관이 사망 전 3개월간 305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며 외교부의 인력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해당 대사관은 2024년 1월 정원이 4명에서 3명으로 줄면서 기존 2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박 서기관 혼자 맡게 됐다. 초과근무 시간도 업무용 PC 접속 기록만을 기준으로 산정된 만큼 실제 근무 시간은 더 길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관 내 행정직원의 비위 의혹도 제기됐다. 한 의원은 일부 행정직원이 개인 차량을 대사관 공용 차량으로 허위 기재해 외교 번호판을 발급받고,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급 등 비위 의혹에도 지휘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인이 관련 문제를 수차례 보고했지만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감사 범위를 공관 비위 전반과 지휘부 묵인·은폐 의혹까지 넓히고, 위법이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조 장관은 "감사는 이미 시작했다"며 "엄격하게 감사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면 엄벌에 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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