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특구법 영리병원 설립 단초...국민 의료비 상승 논란


비영리 한정 안하고 내국인 진료 제한 규정 없어
건강보험 체계 약화, 고가 진료비 우려
정부여당, 지역 투자 활성에 필요 의견

사진은 2018년 12월 17일 당시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제주녹지국제병원. 현재는 녹지국제병원 토지와 건물이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에 매각됐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여당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외국인의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법안에는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거나 내국인 진료 제한 규정이 없어 영리병원 설립 근거가 될 수 있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아 고비용 진료가 가능하고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영리병원이 늘면 건강보험 기반이 약화돼 보장성이 줄고 고가 진료 등 국민 의료비가 상승한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역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설립 병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안)'을 지난 20일 발의했다. 초광역특구법안은 수도권 인구, 산업, 인프라 쏠림을 막고 지역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이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에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여당과 관계 부처가 협의해 만들었다.

법안은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거나 내국인 진료 제한 규정이 없다. 외국인이 설립하는 법인 요건은 대통령령에 위임해 영리법인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제주특별법이 법인 종류를 도조례에 맡겨 영리병원을 허용했던 방식과 같다.

현행법은 의사, 한의사, 국가, 의료법인, 비영리법인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적용받는다.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리 하에 환자를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를 받는다. 국민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해 급여 적용받는 진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적용받지 않아 고가 진료를 할 수 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분부 등 시민단체들과 양대노총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서비스 이원화에 따른 건강보험 체계 약화, 이로인한 진료비 급등이 초래된다면 반발하고 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초광역특구법안은 영리병원 설립 근거를 담은 법안이다.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부유한 사람들의 건강보험 탈퇴가 늘 것"이라며 "지금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반대하는 의사들과 국내병원들이 외국인 영리병원처럼 고가 진료를 위해 당연지정제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할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체계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건보 가입자 축소는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로 이어져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기존 진료들이 비급여화 되고, 이는 국민 의료 비용을 높인다는 의견이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수도권 의료 쏠림을 막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선 공공병원을 늘려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은 법안에 빠져있다. 부유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추후 서민들 진료비도 높일 수 있는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단 것은 부적절하다"며 "영리병원은 민간 기업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요구해온 것으로 미국과 같이 비싼 진료비 체계로 이어진다. 초광역특구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리병원이 허용된 미국에서는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이윤을 내기 위해 치료하지 않아도 될 과잉 진료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은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서비스 가격이 평균 19% 더 비싼 것으로 보고된바 있다.

반면 영리병원 찬성 측은 외국기업 투자를 통한 의료서비스 고급화,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고급 의료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해외 환자 유치 등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의료부문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를 촉진해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초광역특구법안은 부처들과 협의해 만들었다. 규제를 완화해 지역 투자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표는 초광역특구법안 처리와 관련해 처리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초광역특구법안에는 이 외에 노동자와 서면합의 전제로 고소득·연구직 노동자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특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확대 등이 담겼다.

한편 영리병원으로 설립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가 2018년 12월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붙여 개설을 허가하면서 녹지국제병원이 해당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녹지그룹은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1년 건물과 부지를 민간 법인 디아나서울에 모두 매각했고 디아나서울도 자금난으로 경매에 넘겼다. 현재 녹지국제병원 토지와 건물은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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