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0일 앞둔 선관위 특검…수사속도·피의자 사망 논란


최장 수사기간 1/3 시점 가시적 성과 아직
피의자 사망에 난감…인력난도 남은 숙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를 듣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선관위특검)이 최장 수사기간의 1/3을 넘기면서 수사 가속화와 인권 보호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지난 9월7일 출범한 선관위특검은 오는 27일로 출범 50일을 맞는다. 최장 수사기간인 150일의 1/3에 이르는 시점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핵심인물들의 대면조사 시기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가시적 성과는 아직이다. 여전히 수사 인력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피의자 조사를 받은 선관위 직원이 숨지면서 강압수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21일 노 전 위원장의 자택과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노 전 위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출장 결과 보고서에 허위 사실이 기재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특검팀은 업무상횡령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전·현직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 등 기관 운영 전반의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 전 위원장의 피의자 조사 일정은 아직 안갯속이다.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의혹의 구체적인 경위와 책임 소재를 확인한 뒤 핵심 관계자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2인자였던 허철훈 전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연장 이후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다른 특검과 출범 후 50일 동안 수사 상황을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출범 한 달이 되기 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50일 시점에서 김건희 여사를 구속기소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채상병특검)은 출범 한 달여 만에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선관위 특검은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기간도 있었다.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보관 투표용지 공개 검증도 오는 28일이 '유력'한 상태다.

이에 이태한 특검은 "선관위특검은 구속자 수나 성과에 초점을 둔 수사가 전혀 아니다"며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투표용지 부족이나 투표율 조작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실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강압수사 논란도 특검팀이 풀어야 할 과제다. 중앙선관위 선거기반과 소속 사무관급(5급) 공무원인 40대 남성 A씨는 지난 20일 선거용품 용역계약 입찰방해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특검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이튿날인 21일 경기 화성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앙선관위는 A씨가 계속된 수사로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겪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A씨 측은 특검팀이 결론을 정해놓고 진술을 강요하는 등 압박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팀은 강압적인 상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절차를 거쳐 고인의 유서를 확인했다"며 "유서에는 수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조사가 있었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선관위 특검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선관위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전날인 2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55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총 조사 일정은 10시간 55분으로, 실제 조사 시간은 7시간 35분이고 나머지 3시간 20분은 휴식 시간이었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은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조사가 진행됐으며 조서 열람과 수정도 A씨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9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실에서 특검보를 소개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특검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사 인력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태한 특검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수청 본청에서 김지용 중수청장을 만나 약 30분간 수사 인력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 특검은 중수청에 수사 인력 10명가량의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수청 역시 인력 부족을 겪고 있어 지원 가능 인원을 파악한 뒤 답변하기로 했다. 주요 압수수색 대상지에 대한 일시적인 수사지원과 포렌식 요원 지원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주요 압수수색 대상지에 대한 일시적인 수사지원과 포렌식 요원 지원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특검은 "본격적인 수사가 되는 시점에 중수청 파견을 요청드렸고, 주요 압수수색 장소에 대한 일시적인 수사지원과 포렌식 요원의 수사지원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파견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특검은 "지원받는다고 하니 (중수청에서) 파악이 끝나면 알려주실 것"이라며 "포렌식 요원의 수시 수사지원 등 일시적인 지원은 가능하기 때문에 특검팀이 긴급하게 주요 압수수색 대상지에 대해서는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달 출범 초기부터 광범위한 수사 범위와 디지털 증거 분석에 따른 시간 소요,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출범 약 50일을 앞두고 직원 사망에 따른 강압수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특검팀의 수사 역량과 절차적 정당성이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수사의 관건은 노 전 위원장 등 핵심 관계자 조사를 통해 외유성 출장 의혹의 실체와 책임 소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밝혀내느냐다. 제한된 수사 기간 안에 인력을 보강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 침해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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