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하린 기자] 22대 국회에서 여야 초선 의원들의 결집 양상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양당의 정치적 동질성과 계파 갈등 등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68명 의원으로 구성된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최근 국민의힘 김태규·이진숙·주진우 의원을 '초선 패륜 3남매'로 규정하고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꾸준히 공동행동에 나서고 있다. 앞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도 졸속 합당에 반대하는 집단 의견을 표명하고 당 대표와 간담회를 이끌어내는 등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당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의원 모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반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은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박상웅 의원이 초선 모임 대표로 선출됐지만, 이후 정기적인 모임이나 공동 명의의 성명 발표 등 조직적인 활동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의원 역시 초선 모임을 정치적 단체보다는 친목 모임으로 규정한 바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은 지난 2024년 6월 김대식 의원 주도로 공부모임을 개최하고, 올해 6월에는 재선 의원들과 공동으로 원내대표 후보자 초청 간담회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왔으나 이후 움직임을 멈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초선 모임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들 사이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커지면서 정기적인 만남은 물론 공동의 입장을 내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모임이 완전히 와해됐다"며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워낙 의견이 다양하다 보니 모여도 이야기가 잘되지 않는다"며 "다른 계파 의원들과는 민주당보다도 사이가 훨씬 멀어져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 초선 의원들의 행보가 엇갈리는 배경에는 지난 총선 당시 공천 구조의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초선 의원들이 대거 입성한 반면, 국민의힘은 서로 다른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초선 그룹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초선이 대거 배출됐고, 그중 상당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념적으로 동질성을 가진 초선들이 계엄과 탄핵, 대선 국면에서도 단일한 전선을 유지하면서 집권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당시 공천 주체는 한동훈 체제였지만 실제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기존 당 주류, 한동훈계 인사들이 혼재돼 있었다"며 "지금은 장동혁 체제로 바뀌면서 일부는 줄을 섰지만 상당수는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양당의 차이를 정치적 동질성에서 찾는 시각이 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은 장동혁계와 한동훈계로 나뉘어 계파 갈등이 공공연하게 드러나지만,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그런 갈등이 크지 않다"며 "당내 현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교적 통일돼 있어 공동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엄과 탄핵 국면을 함께 겪은 경험도 의원들 사이의 동질성과 연대 의식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권파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의 대립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결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계파가 나뉜 데다 차기 총선 공천까지 의식해야 하는 만큼 초선 의원들이 계파를 초월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당권파와 친한계로 나뉘면서 같은 모임 차원에서 활동하기가 서로 불편해진 상황"이라며 "초선 의원들도 차기 공천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자신이 속한 계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잇따른 발언 논란이 모임 활동을 위축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민주당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말실수를 잇달아 하다 보니 내부에서도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논란이 반복되면서 모임 차원의 공동행동에도 소극적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초선 의원들의 결집 여부와 별개로 여야 모두 독자적인 개혁 의제를 제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역시 당내 계파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상대 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면서 초선 의원들만의 정책적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민주당 초선들도 상대 당에 대한 비난에는 앞장서지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국가적 의제를 설정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초선 의원들이 정치개혁이나 국회개혁 등에 한목소리를 내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모두 초선 의원들이 계파 정치에 휘둘리면서 과거 기대했던 신선하고 개혁적인 행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초선 의원들이 계파 정치에서 벗어나 여야와 이념,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의제를 제시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