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실낙원', 김현주의 힘·배현성의 새로움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저예산 프로젝트
돌아온 아들과 AI 아들 사이에서 마주한 선택의 딜레마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9년 만에 살아 돌아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이를 여러 번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다. 평범하지 않은 모자 관계를 통해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AI(인공지능)가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여기에 배우 김현주의 묵직한 존재감과 배현성의 새로운 얼굴이 더해져 짙은 여운을 남긴다.

오늘(2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작품의 시작은 연상호 감독의 어머니가 쓴 3페이지 분량의 원안이다. 악한 아들과 그런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에 흥미를 느낀 연 감독은 인물들의 기묘한 심리를 깊게 탐구하고,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갔다.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이 약 2억 원의 제작비로 108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얼굴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초저예산 프로젝트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 ENM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류소영이 무산시에서 발생한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하나뿐인 아들 류선우를 잃게 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후 류소영은 절대 지울 수 없는 상실감을 품은 채 가상의 자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AI(인공지능) 서비스 '낙원의 아이들'을 통해 어린 시절 아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류소영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9년 만에 돌아왔다는 경찰의 연락이 받는다. 못 알아볼 정도로 훌쩍 자랐지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은 여전하고, DNA 검사 결과까지 일치한다.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순수했던 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기에 기쁨보다 혼란스러움이 앞선다.

결국 훌쩍 자란 류선우와 AI로 구현된 어린 시절의 류선우 사이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류소영은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끼던 중, 자신이 알지 못한 시간을 보낸 아들의 무거운 비밀을 마주하고 두 아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실낙원'은 약 2억 원의 제작비로 108만 명을 사로잡았던 '얼굴'을 잇는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저예산 프로젝트로, 순제작비 약 5억 원이 투입됐고 14회차 만에 촬영이 완료된 작품이다.

얼핏 보면 다른 작품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제 영영 만날 수 없는 죽은 사람을 AI로 되살리는 설정을 주로 내세우며 AI가 진짜를 대체할 수 있는가를 논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실낙원'이다.

자신이 기억하고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존재하는 AI 아들과 낯선 존재가 된 진짜 아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엄마라는 평범하지 않은 모자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실낙원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CJ ENM

전작들보다 한층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꺼내 든 연 감독은 '실낙원'으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9년 만에 살아 돌아온다면 마냥 기쁘기만 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상실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자신을 위해 붙잡았던 AI로 보고 싶은 모습만 바라보다가 이보다 못한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이와 함께 AI가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혹은 오히려 아픔을 극복하는 걸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지에 대한 시의적절한 질문도 남긴다.

이를 이끄는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정이' '선산'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오롯이 연기로 보여준다.

아들을 잃은 슬픔부터 AI 아들과 지내지만 완전히 채울 수 없는 상실감,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돌아왔을 때의 혼란, 진실을 마주하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어떠한 선택을 내리는 결의까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버석한 얼굴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배현성의 새로운 얼굴도 흥미롭다. 그동안 말갛고 단정한 얼굴로 순수함을 자아냈던 그가 이번에는 이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더벅머리와 주근깨, 문신 등으로 거친 외적 비주얼을 완성한 그는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없는 공허한 눈빛과 스치고 싶지도 않은 서늘한 분위기로 인물의 미스터리한 면모를 극대화한다.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의 예측 불가능성은 작품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가 된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입증한 '실낙원'은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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