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혈액 보유량이 부족한데도 대한적십자사가 헌혈 안전사고와 혈액 관리에 미흡해 국민들이 마음 놓고 헌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273일 가운데 적혈구제제 보유량이 적정 기준인 5일분에 못 미친 날이 191일(70.0%)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정 기준 미달 일수 116일을 넘은 수치다. 지난 4월 15일에는 전체 보유량이 2.9일분까지 떨어진적도 있다.
환자의 혈액형을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긴급 상황에서 활용하는 O형 혈액 보유량도 문제가 있었다. 올해 9월까지 O형 적혈구제제 보유량이 5일분에 못 미친 날은 208일이었다. 48일은 3일분도 안됐다.
한지아 의원은 "전체 혈액 재고만 볼 게 아니라 O형 등 긴급 수혈에 필요한 혈액의 수급을 별도 예측하고 비상공급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적십자사에 요구했다. 또한 혈액을 구할 수 있는지가 환자와 보호자의 사회적 관계망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개선책을 주문했다.
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50대 남성이 헌혈 중 의식을 잃고 15일 만에 퇴원했다. 조사 결과 담당 간호사가 항응고제와 식염수를 헷갈려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불과 20일만에 또 다른 헌혈의집 헌혈 과정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충남의 한 대학교에서 헌혈한 20대 남성이 헌혈 당일 혈액관리본부에 직접 연락해 2주 전 여드름 치료제를 복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혈액이 폐기되는지 물었다. 상담원은 관련 내용을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며 폐기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혈액은 다음날 60대 여성에게 수혈됐다. 혈액 폐기 요청 관련 전산 처리가 누락된 것이다. 문제가 된 약은 여드름 치료제 이소티논이다. 해당 약을 복용하면 태아 기형 유발 우려 등으로 4주간 헌혈이 금지된다.
소병훈 의원은 "첫 사고 직후 적십자사는 관련자들 경고 조치로 끝났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에 다른 데서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며 "제대로 된 관리가 안됐기 때문이다. 담당자들보다 적십자사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소 의원은 또 "청년이 혈액 부적격 처리 요청했는데 담당자가 부재해 폐기해야 할 혈액이 환자 몸에 들어가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라며 "자발적으로 헌혈하는 국민들이 이런 사고로 마음 놓고 헌혈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지난 10월8일 기준 전국 혈액보유량은 적혈구 기준 3일치밖에 없다. 국민이 스스로 헌혈해주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질텐데 이러한 문제들을 가볍게 경고하고나 체크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십자사에 헌혈 사고 방지 방안을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헌혈 중 안전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헌혈관련증상(부작용)은 2021년 8795건에서 2025년 1만165건으로 15.6% 늘어 최근 5년 중 처음 1만건을 넘었다.
어지럼증과 실신을 부르는 '혈관미주신경반응'은 2021년 3932건에서 2025년 5113건으로 30.0% 늘었다. 헌혈 건수 증가율(8.6%)의 3.5배다.
복지부 지침상 즉시보고 대상인 '심각' 사고는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8건이었다. 이 가운데 5건이 실신한 뒤 넘어져 다친 ‘2차 손상'이었고, 적십자사는 모두 '담당자 과실 없음'으로 처리했다.
구체 사고 사례를 보면, 지난달 7일 부산의 한 대학 헌혈버스에서 19세 여성이 쓰러져 턱관절 금속판 고정 수술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4월 울산 공업탑센터에서는 60대 남성이 센터 앞에서 쓰러져 지주막하출혈과 뇌부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보름 뒤 경남 양산의 고등학교 단체헌혈에서는 17세 남학생이 헌혈 후 화장실로 가다 쓰러져 두개골 뒤쪽에 금이 갔다. 또한 2024년 4월 충주센터 앞에서는 35세 남성이 쓰러져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측두부 골절로 턱을 철사로 고정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로 두 달간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2023년 6월 경주의 한 대학 헌혈버스에서도 23세 여성이 쓰러져 경추를 다쳤다. 이처럼 낙상 사고 5건 중 3건은 헌혈을 마친 뒤 센터 밖이나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일어났다. 허 의원은 채혈 후 귀가 전 안전 관리에 심각한 공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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