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거창=이경구 기자] 거창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행사가 거창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경남 거창군은 20일 거창사건추모공원에서 제75주기 거창사건희생자 제38회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을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홍기 거창군수를 비롯해 채경아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김영선 경상남도 복지여성국장, 표주숙 거창군의회 의장, 도·군의원, 이성열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장과 유족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4·3, 노근리, 산청·함양 사건 유족회 관계자들도 함께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행사는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합동위령제로 시작됐다. 전통제례 방식으로 진행된 위령제에서는 이홍기 군수가 초헌관, 표주숙 군의회 의장이 아헌관, 이성열 유족회장이 종헌관을 맡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어진 추모식에서는 거창사건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신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석자들에게 직접 추모리본을 달아주며 희생자들을 기려 의미를 더했다.
추모시를 낭송한 염지윤 학생은 "거창사건 희생자 719명 가운데 364명이 15세 이하 어린이였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며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된 또래 아이들을 생각하며 희생자들이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홍기 군수는 추모사에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배·보상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이 군수는 "거창사건법 제정으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지만, 유족들이 오랫동안 염원해 온 배·보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행정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위령제 및 추모식의 국가행사 승격에도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성열 유족회장도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고령의 유족들이 생전에 온전한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거창사건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거창군 신원면에서 주민 719명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정부는 1996년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나, 배·보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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