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내년 5월 의료사고 대불제도가 폐지되면 피해자 구제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정부와 국회가 대불제도를 대체하겠다며 책임보험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책임보험 미가입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책임보험의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사고 피해자의 마지막 안전망인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부터 없애는 개정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문제를 따졌다. 대불제도는 배상액이 확정됐는데도 의료기관이 폐업·파산해 돈을 못 줄 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받아 내는 제도다. 2014년 수술 뒤 숨진 가수 고 신해철 씨 유족도 집도의가 배상금을 내지 못하자 이 제도로 배상받았다. 지난 5월 공포된 개정법은 2027년 5월 27일부터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대불제도를 폐지했다.
이 의원이 의료중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5월 31일까지 대불 청구 169건 가운데 120건에 64억8449만원이 지급됐고 23건은 심사 중이다. 지급 120건 가운데 87건(37억원)은 의원·치과의원 사고였다. 돌려받은 돈은 7억6226만 원, 누적 구상률은 11.8%다. 이 의원은 "이 제도는 돈을 잘 갚는 의료기관을 대신하려는 제도가 아니라, 배상의무자에게 돈이 없어 피해자가 못 받는 상황을 막는 제도"라며 "회수가 어렵다는 사실이 오히려 대불제도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통과시킨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은 책임보험 미가입 의료기관을 제재할 처벌·과태료 규정이 없다. 또한 책임보험은 어느 병원이 가입해야 하는지, 얼마까지 보장하는지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가입 대상·보장 한도는 의료중재원이 발주한 연구용역이 오는 12월 4일까지 정한다. 이에 대불제도 폐지 뒤에는 의료사고 책임을 인정받아도 책임보험에 들지 않은 병원이 폐업·파산하면 배상받을 길이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가입의무는 만들었지만 미가입을 막을 제재수단은 없는 것"이라며 "보험에 들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사고가 나고 폐업하면 그 피해자는 어디에서 배상받느냐"고 비판했다.
이미 사고를 당한 피해자 구제에도 허점이 있다. 개정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은 시행 전에 대불을 청구한 사건에만 종전 규정을 적용해, 시행 전에 사고가 났어도 소송이 길어져 내년 5월 시행 뒤에 판결이 나는 피해자는 대불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며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책임보험 의무화가 의료계 반대로 무산되자 ‘최소한 대불제도라도 두자’며 만든 제도인데, 이번에는 ‘책임보험을 도입했으니 대불제도는 없애도 된다’고 한다"며 개정 의료사고분쟁조정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폐지 이유로 든 보험료·대불비용 ‘이중부담’에 대해서는 대불비용을 2013년부터 신규 개설 기관에서만 걷고 추가징수도 2021년 이후 없으며 재원 42억원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중부담이 걱정이면 부담금을 낮추거나 유예하면 된다"며 "부담을 조정하는 것과 피해자 안전망 자체를 부숴 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책임보험이냐 대불제도냐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책임보험은 책임보험대로 정착시키되, 안착하기 전에 피해자 안전망부터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불제도를 존치시키는 의료분쟁조정법 원포인트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그는 보건복지부에 대불제도 병행·존치에 관한 공식 검토의견을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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